뉴스투데이박선하

장난감 원리로 감염 진단…'피젯 스피너'의 변신

입력 | 2020-05-20 06:42   수정 | 2020-05-20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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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실팽이′와 ′피젯 스피너′ 아이들이 흔히 가지고 노는 이런 장난감에서 착안한 의료용 기구들이 속속 발명되고 있습니다.

가격은 수천분의 1이고, 전기가 안들어오는 오지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박선하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양쪽에서 실을 당기면 돌아가는 ′실팽이′를 이용해 만든 원심분리기입니다.

혈액이 담긴 미세한 관을 종이판에 붙이고 손으로 실을 당기면 강한 원심력이 발생해 혈액 속 말라리아 기생충이 분리되는 겁니다.

장난감 같지만 분당 12만5천바퀴나 회전해 성능은 고가의 원심분리기 못지않고, 전기가 필요없어 아프리카의 오지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누 프라카시/스탠퍼드대 교수]
″이 원심분리기는 전기나 인프라가 필요없는데다, 단돈 20센트(250원)면 당신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습니다.″

몇 해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피젯 스피너′.

이번엔 국내 연구진이 이를 이용한 세균 감염 진단 기구, 일명 ′진단용 스피너′를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시료인 소변을 넣고 한 두번 돌리면 사실상 끝.

원심력으로 시료가 이동하며 필터 위에 병원균만 걸러져 100배 이상 농축되는 건데, 시약을 넣고 45분동안 기다리기만 하면 세균이 있는지 여부가 색깔로 나타납니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오지에서는 요로감염 등 세균성 질환 진단에만 며칠 씩 걸리는데 이를 이용하면 한 시간 내로 단축됩니다.

세균을 배양하는 기존 검사법보다 간단하면서도 정확도는 높고, 비용도 개당 600원 정도로 저렴합니다.

[조윤경 교수/기초과학연구원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손으로 이렇게 회전하는 힘을 이용해서,전기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진단 기기입니다.″

또 세균이 많을 수록 색이 진하게 나타나 전문가가 아니어도 색을 통해 세균의 양까지 육안으로 판별할 수 있습니다.

검출된 세균이 특정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지도 1시간 안에 추가로 확인할 수 있어 항생제의 오남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구원은 이번 기술을 아프리카 오지 등 의료지원이 부족한 곳에 제공할 방침입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에 게재됐습니다.

MBC뉴스 박선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