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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분당·일산, 김포·판교도…신도시 개발마다 '투기 판박이'
입력 | 2021-03-11 20:49 수정 | 2021-03-1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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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신도시 사업이 투기판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989년 1기 신도시, 2003년 2기 신도시 때도 똑같았습니다.
그때도 정부는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으로 수사에 나섰지만, 똑같은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이렇게 계속 반복되는 이유가 뭔지, 정부의 주택 정책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건 아닌지, 이어서 이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1989년 11월 28일 <뉴스데스크>]
″분당 신도시가 미처 땅도 다 고르기 전부터 투기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1989년 추진된 1기 신도시.
분당과 일산이 이때 만들어졌습니다.
사업이 추진되자마자 투기꾼들이 몰려들었고, 땅값이 폭등했습니다.
정부는 합동수사본부를 꾸렸고, 987명을 구속했습니다.
이 중 131명은 공무원이었습니다.
LH의 전신인 토지공사 간부가 부동산 업자에게 분당 신도시 개발 계획을 미리 알려준 사건까지 있었습니다.
[김기춘/당시 검찰총장 (1990년 4월 28일)]
″이 시점에서의 부동산 투기 억제 문제는 국민 경제의 사활이 걸린…″
2003년 추진된 2기 신도시.
김포, 동탄, 판교, 파주 신도시가 이때 만들어졌습니다.
역시 투기꾼들이 몰려들었고, 땅값이 폭등했습니다.
정부는 또 합동수사본부를 만들었고, 공무원만 27명을 구속했습니다.
이번에도 토지공사 직원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친인척 명의로 미리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딱지를 사들였다 결국 적발됐습니다.
[토지공사 직원 (2006년 7월)
″칼국숫집이라도 거기다 해가지고 노후 생각을 이제 하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안 했을 건데.″
역사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먼저 아파트값이 폭등합니다.
그러면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대규모 신도시 계획 발표합니다.
신도시 예정 지역에 땅투기가 판을 치고, 땅값이 폭등합니다.
그러면 정부는 대대적으로 뒷북 수사에 나섭니다.
이런 악순환이 30년 넘도록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처벌이 약한 것도 물론 문제입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대규모로 땅을 수용해 개발하면서, 개발 정보는 작전하듯이 비밀을 유지하는 방식.
돈만 있다면, 개발정보만 미리 알 수 있다면, 누군가는 땅으로 큰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땅에 대한 보상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예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땅으로 돈을 벌 수 없게 만들자는 겁니다.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실행위원]
″지구지정을 예상하고 몇 해 전부터 토지 투기들이 성행하는 게 지금 현실인데, 공개적으로 논의해도 됩니다. 다만 그런 논의가 시작되기 전의 시점으로 소급을 해서 기준시점을 잡기 때문에요.″
집값을 잡는 방법이 꼭 대규모 신도시 공급이어야 하는지, 정부 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영상취재: 현기택 / 영상편집: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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