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지금까지 우리 청년들의 열악한 신용, 일자리, 그리고 자산 격차와 사라져가는 문화까지.
신음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는데요.
그럼 이 어두운 터널의 끝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연속기획 코로나 시대의 K-청년.
마지막 편에서는, 우리 청년들에게 짙게 드리운 마음의 그림자를 들여다봤습니다.
′퍽 퍽′ 샌드백 소리 가득한 체육관
″오오오오오! 오우 진짜 세.″
″저도 하체가 나름 튼튼한 편인데 ?!!″
Q. 복싱장에는 왜?
[김동혁/취업준비생]
″공부하다가 진도가 막히거나 이해가 안 갈 때 조금 많이 답답하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약간 울분이 생기는데. (이거를 못하게 한다면 누군가가. 그러면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그러면은 조금 답답해서 아마 미치지 않을까 싶어요.″
답답함에 체육관을 찾는 청년들
[로드맨]
″아까 치는 거 봤는데, 이런 데 맞으면 (한번 맞아보셨어..) 죽을 거 같애″
[한지훈/복싱장 코치]
″코로나 때문에 알바도 짤리고 이제 막 학교도 다 비대면이고 그래서 찾아왔다고 하는 회원이 있었어요. (실제로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눠서 봤을 때) 굉장히 많죠. 굉장히 많죠.″
이렇게 밖에서라도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공부도, 식사도 모두 5평 반지하 원룸에서 해야 하는 청년
[김민경/대학생]
″좁은 방 안에서 생활을 해야 되잖아요. 햇빛도 안 들고. 일어나면 몇 시인 줄을 모르겠는 거예요. 그래서 점점 무기력해지고. 진짜 코로나가 심할 때는 며칠을 꼬박 샌 적도 있어요.″
콘크리트 벽에 막힌 창문...한 낮에도 불을 끄면 깜깜해지는 원룸
[로드맨]
″창을 열었더니 콘크리트가 보이네″
″지금 낮 시간이잖아요 지금. (네. 지금 세시 됐나?)″
[김민경/대학생]
″여기서 오랜 시간 장시간 앉아서 공부를 하는 게. 너무 좁은 공간이다보니가 힘들어서. 주변 좀 공부하기 좋은 카페를 가거나. 하루만 가도 막 한 5천원 6천원은 쓰고 오잖아요. 하고 싶은 일들, 배우고 싶은 것들을 다 나중으로 미루고 있는데. 5년 뒤에도 그러고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다 얻게 된 마음의 병
[김민경/대학생]
″대중교통을 딱 탔는데 진짜 숨을 못 쉬겠는 거예요. 너무 불안하고 손도 막 떨리고, 진단을 받으니까 불안장애랑 우울증이랑 있다고 하더라고요. 뭔가 내가 열심히 안 살고 있나? 내가 계속 한심하게 느껴지는데. 그런데 나는. 잠시만요. (울먹이시는) 저는 한 번도 게으르게 산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남는 게 없을까 이런 생각을 요즘 들어서 되게 많이 하는 것 같아요.″
◀ 팩트맨 ▶
청년들의 일상 곳곳에 위험신호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울감 정도를 조사해봤더니, 평균은 23점으로 이제는 중증을 넘어, 대부분 치료 직전의 우울증을 겪고 있었습니다.
청년 구직자와 여성에게 그 상처는 더 뚜렷했고요.
청년 넷 중 한 명 꼴로,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2년 전보다 10배로 늘었습니다.
그리고 이 위험신호는 이제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 로드맨 ▶
특수청소업체 현장에 동행한 로드맨
이 업체는 최근 들어오는 의뢰가 코로나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말합니다.
[이태호/특수청소업체 경기동부지사 대표]
″(이번 현장은 현재 어떤 상황입니까 ) 냄새가 난다고 해서 건물주 분이 연락을 주셔가지고 상황 파악을 해야 되는 현장입니다. 책상에서 돌아가신 것 같다고 하는 그 정도의 단서가 있어서.″
잇따르는 청년고독사..외로운 죽음
[이태호/특수청소업체 경기동부지사 대표]
″지금 이 근처에서 작년 겨울에.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신 20대 여성 분이랑 30대 남성 두 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셔 가지고. 한 10군데 정도 나가다 보면 7~8건은 젊은 분이라고, 작업 기간이 한 4일에서 6일 정도가 걸리는데 정말로 청소하는 그 기간 사람들의 왕래가 없어요. 제가 청소를 하는 순간도 외롭고. 아 이게 빨리 끝내고 가야지 하는 생각들이 드는데, 하물며 거기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두 세 평 방에서 생을 마감하는 청년들...수많은 ‘섬’ 속에 갇힌 청춘
[길해용/특수청소업체 대표]
″예전 같으면은 고독사 현장 연락이 오면은. 보통 50대 남성의 고독사구나 라고 예상이 됐는데, 요새는 전화가 오면은 아 자기 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런 식의 연락이 굉장히 많이 오는 편이에요.″
[로드맨]
″88년생. 91년생. 이렇게 지금 전기 요금 가스 요금. 체납 독촉 고지서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난 여섯 편, 42군데의 현장에서 만난 119명의 청년들.
코로나라는 사상 초유의 재난을 방패막이 하나 없이 온몸으로 견뎌야 했습니다.
″저랑 저희 부모님 모두 비싼 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것이 잘못이 아닌데 왜 우리는 서로에게 죄책감을 떠안으면서 살아야 할까″
[박종화/대학생]
″한달에 몇 십만원씩 내는 월세를 내고 살면 돈을 절대 모을 수가 없어요. 그러면 제 집을 가질 수가 없는 거죠.″
[김은아/직장인]
″집도 그렇고 결혼이나 육아 이런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워낙 많은데 정책이 더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그대로인 느낌을 받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이 바란 것은 ‘따뜻한 시선’과 ‘공감’이었습니다.
″한심하게 봐주지 마시고. 열심히 하고 있다라는 거를 믿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류기환/‘청년하다’ 대표]
″청년들이 겪는 문제는 굉장히 구조적인 문제이고 개인이 어떻게 해결하거나 참거나 이렇게 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과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춘’이라는 말엔 이미 봄 이라는 뜻이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만난 청춘들은 아직 한겨울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열매를 맺는 건 고사하고, 꽃조차 피우지 못한 채 그대로 시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K-청년′은 남이 아닙니다.
내 친구, 자녀, 형제, 친척, 그리고 우리 이웃들입니다.
이번 연속기획은 여기서 끝나지만 저희는 이들의 문제,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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