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희웅

최고 선수도 쓰러진 '죽음의 마라톤'…기상 이변에도 강행

입력 | 2021-05-24 20:49   수정 | 2021-05-24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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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중국 간쑤성에서 열린 산악 마라톤에서 무려 21명이 동사 했는데 이 중엔 중국 최고의 산악 마라톤 선수도 있었습니다.

이미 경기 시작 전에 강풍과 기상 이변이 예고가 됐었지만, 주최 측은 대회를 강행했고, 대회가 시작된 지 무려 10시간이 지나서야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베이징 김희웅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100km 산악 크로스컨트리는 오전 9시에 시작했습니다.

선두로 달리는 사람은 량징.

매년 신기록을 경신해온 명실공히 중국 최고의 산악 마라토너입니다.

[마라톤 대회 촬영기사]
″9시 59분, 량징 등 세 명이 첫 지점을 통과했습니다.″

이후 량징의 모습은 사라졌습니다.

량징을 포함한 21명이 두 번째 구간 어딘가에서 숨졌습니다.

직접적인 원인은 산악 지역에서 갑자기 돌변한 날씨로 인한 저체온증.

서 있기도 힘든 폭우와 강풍에 넘어져 부상을 입은 선수들은 빠르게 몸이 식었습니다.

모두 동사했습니다.

[생존자]
″꼬집을 힘도 없었습니다. 손발에 이미 감각이 없어졌습니다.″

대회 시작 3시간 만인 낮 12시부터 폭우가 쏟아졌지만, 대회는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 선수들 일부가 기권했지만, 구조를 위한 수색은 저녁 7시가 되서야 시작됐습니다.

[마라톤 대회 관계자(현장 보급담당)]
″다들 뻗었습니다. 울면서 내려오는 선수들이 뒷 사람들한테 가지 말라고 했는데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마라톤 대회 촬영기사]
″경기를 중단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는데 주최측은 답이 없었습니다.″

근육이 마비돼 움직일 수 없는데 보급소는 너무 멀었습니다.

혹독한 조건의 크로스컨트리 산악 경기는 원래 10km 마다 보급과 대피소를 마련하는데, 이번에는 16km 간격이었습니다.

[이지엔동/원저우대학 체육과 교수]
″2~3 시간 거리 동안 텐트나 휴게소도 없고 먹고 마실 게 하나도 없었다는 말입니다.″

조사 결과, 주최측이 기록을 단축하려고 바람막이 옷을 필수 휴대 장비에서 빼놓은 것도 화를 키웠습니다.

구조용 헬리콥터와 전문 구조팀도 부족했습니다.

간쑤성 기상국은 이미 대회 전날 기상 이변을 예보했습니다.

경기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에도 기온 하강과 강풍을 경고했습니다. 그럼에도 대회를 강행한 경위에 대해 조사가 진행중입니다.

베이징에서 MBC뉴스 김희웅입니다.

(영상편집: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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