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문현

부동산 못 사는 금융 회사, 농업법인 통해 우회 투기?

입력 | 2021-05-26 20:39   수정 | 2021-05-2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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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한 농업 회사가 농사를 짓겠다면서 신도시 예정 지역의 땅을 수십억 원 어치 사들였습니다.

그런데 이 농업회사, 직원은 단 한 명뿐이었고 농사도 당연히 짓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농업 법인으로 위장한 부동산 투기 회사가 한두 곳이 아니라고 하는데요.

이문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남양주 왕숙 신도시에 있는 야구장입니다.

신도시로 지정되고 한 달 뒤인 2019년 11월.

대한영농영림이라는 농업 회사가 이 일대 땅 9천 제곱미터를 사들였습니다.

여기뿐만이 아닙니다.

광명과 하남 등 신도시 예정지 곳곳에서 1만8천 제곱미터를 사들였습니다.

전국적으로 이 회사가 사들여 보유하고 있는 땅값은 334억 원에 달합니다.

농업 회사가 왜 신도시 땅을 사들였을까?

친환경 농산물 재배를 하겠다고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직원이 단 한 명뿐입니다.

사실상 농사는 짓지 않았습니다.

금융당국은 이 회사가 겉으로만 농업 회사를 내세웠을 뿐, 실제로는 부동산 펀드라고 보고 있습니다.

등록이나 인가 없이 부동산 펀드 영업을 하면 3년 이하 징역형을 받습니다.

더 이상한 건 대출입니다.

이 농업 회사는 한 컨설팅업체에서 194억 원, 자산운용사에서 118억 원을 빌렸습니다.

자본금 6억원인 농업 회사가 어떻게 수백억 원을 대출받았을까?

금융당국은 이 돈을 대출이 아니라, 사실상 투자금, 땅투기 자금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땅투기가 의심되는 가짜 농업회사는 한 두 곳이 아닙니다.

경기도가 지난달 농업법인을 집중 감사한 결과, 신도시 같은 개발 지구의 땅을 사들인 회사가 100개였습니다.

이들 중 26개 농업 회사는 실제로 땅을 팔아 차익을 실현했는데, 금액이 1,397억 원에 달했습니다.

MBC뉴스 이문현입니다.

(영상취재 : 이준하, 윤병순/영상편집 : 박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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