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고재민

"세무서 상사의 4년 전 성추행, 이겨낸 줄 알았는데…"

입력 | 2021-06-04 20:25   수정 | 2021-06-0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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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성 폭력 피해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또 일어 났습니다.

4년 전, 전직 세무 공무원이 상사 한테서 성추행을 당한 이후 그 책임을 묻기 위해 또 그 고통을 잊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봤지만 돌아온 것은 조직 안팎의 2차 가해 였고 결국, 이걸 견디어 내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고재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여성이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4년 전 성추행 피해를 호소했던 전직 세무공무원 A씨였습니다.

[A씨 아파트 관계자]
″들어가니까 인기척이 없어요. 그래서 문을 열어봤나봐요. 옆으로 드러누워서 있더래요.″

지난 2017년 9월 회식자리에서 A씨는 같은 사무실 과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과장은 ″볼 때마다 집사람이 생각난다″며 허벅지를 만지고 끌어안았습니다.

다음날 출근 뒤 곧바로 신고했지만 팀장은 ″조용히 지나가자″고 했고, 세무서장은 ″과장이 아껴서 그런 것″이라며 ″증거가 있냐″고 했습니다.

결국 내부 해결이 어려워진 A씨는 가해자인 과장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갔습니다.

사무실 분리조치를 요구했지만 거부됐고, 한 달 동안이나 자신이 고소한 과장에게 계속 보고를 해야 했습니다.

회식 다음날 ″괜찮냐″고 위로하던 목격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말을 아꼈습니다.

A씨에 대한 비난 소문이 일었고, 직원들은 가해자를 두둔하는 탄원서까지 써줬습니다.

[2017년12월9일 그것이 알고싶다]
″외모적으로 비하하고 저를…이런 애를 줘도 안 먹을 애를…얘기까지 들었어요. 저는 이제 회사에서 따돌림 당하기 시작한 거죠.″

그러나 A씨는 방송사에 제보 인터뷰까지 하며 포기하지 않았고, 지난 2018년 11월 법원은 가해자인 과장에게 벌금 25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판사는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게 하는 등 추가 피해를 입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며 벌금형을 내리는데 그쳤습니다.

세무서는 가해자에게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A씨는 결국 지난해 9월 세무서를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혼자 힘겨운 생활을 이어갔던 것으로 보입니다.

[A씨 아파트 관계자]
″부모님이 그러더러라고 나한테 찾아와서 혹시, (딸이) 자주 돌아다니는지‥ 좀 봐달라고 그러더라고″

숨진 A씨를 발견한 건 한 청소업체였습니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저장 강박증′을 앓고 있던 A씨가 도와달라며 청소를 의뢰했던 업체였습니다.

이 업체는 유품 정리에 나서면서 ″세무공무원으로 번듯했던 고인을 이렇게 비극으로 만든 피의자는 잘 살고 있다″고 개탄하는 글을 남겼습니다.

MBC뉴스 고재민입니다.

(영상취재: 김태효/영상편집: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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