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조희원

"수영 못하는데 납벨트 차고 잠수"‥현장실습 고교생 또 사망

입력 | 2021-10-08 20:10   수정 | 2021-10-0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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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현장 실습에 나간 해양 과학고 학생이 몸에도 안 맞는 잠수 장비를 매고 물속에서 요트 바닥에 붙어 있던 따개비를 청소하다 익사했습니다.

평소에 물이 무서워서 잠수는커녕 수영도 못하던 학생이었고 현장 실습에서 맡은 일도 잠수가 아니었습니다.

요트 업체 사장이 시키니까 별다른 안전 조치 없이 혼자서 물속에 들어갔다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대체 특성화 고의 현장 실습은 교육인 건지, 아니면 공짜 일손인 건지, 이 안타까운 죽음이 다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조희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전남 여수시 웅천동의 마리나 요트 선착장.

이곳으로 현장실습을 나간 여수해양과학고등학교 3학년 홍정운 군이 이틀 전 바다에 빠져 숨졌습니다.

선주가 홍군에게 시킨 일은 요트 밑바닥에 붙은 따개비 제거 작업.

기본적인 잠수 장비도 주지 않고 맨몸으로 숨을 참고 들어가 작업을 하도록 시킨 겁니다.

홍 군이 호흡곤란을 호소하자 그제서야 잠수 장비를 빌려 왔습니다.

무려 12kg의 납덩이를 몸에 두르고 공기통과 호흡기를 착용했지만, 호흡기는 문제가 있었고 부력조절장비는 몸에 맞지 않았습니다.

결국, 홍 군은 물 밖으로 나오기 위해 장비를 벗었는데, 그 순간 허리에 매단 12kg의 무게 때문에 바닷속으로 끌려들어 갔습니다.

사고가 난 요트장은 수심 7m인데, 홍정운 군은 잠수 자격증조차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구조마저 늦었습니다.

신고를 받고 119가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홍군에 물에 빠진 지 30분이 지난 뒤였습니다.

[김홍배 / 故 홍정운 군 이모부]
″1차 사람이 실패하고 다른 사람이 또 들어갔어요. 세 번째는 거기 민간 잠수사가 있었대요. 잠수사가 와서 보고 내려가서 구출한 거예요.″

당초 홍 군 하루 7시간 요트 위에서 승선 보조와 고객 응대 서비스 실습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하루 12시간씩 선주가 시키는 일을 해왔습니다.

특성화고 학생과 교사 단체 등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장관호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장]
″현재 현장실습을 나가 있는 모든 학생들에게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합니다. 도교육청과 현장교사, 노동부가 아이들의 현장실습을 안전하게 보장해야 합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제주에서 故 이민호 군이 현장실습 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을 폐지하는 등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홍 군은 지도교사도 없이 영세한 요트에서 무리한 실습을 하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친구와 가족들은 오늘 홍군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차은이 / 故 홍정운 군 친구]
″그날 그 시간, 같이 있었더라면 둘 다 죽더라도 나는 소중한 널 구하려 바다에 뛰어들었을 거야.″

해경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선주를 조사하고 있고, 전남 교육청도 해당 업체에 대한 근로감독을 요청했습니다.

MBC뉴스 조희원입니다.

영상취재 : 최유진(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