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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우
[집중취재M] 조합장부터 감사까지 '대행사' 측근‥한통속으로 돈 꿀꺽
입력 | 2021-11-17 20:26 수정 | 2021-11-1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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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역주택조합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연속 보도, 이어가겠습니다.
돈 문제에 얽혀서 엎어지는 조합의 배후에는 대개 업무대행사가 있습니다.
조합원들이 건설이나 인허가에 서툴다 보니까 일을 맡기는 곳인데, 저희가 취재를 해봤더니, 실상은 거꾸로였습니다.
이른바 ′부동산 꾼′들이 업무대행사를 차려서 조합을 허수아비로 만들어놓고, 조합원들의 돈만 빼가는 일이 수두룩했습니다.
백승우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터 닦기가 한창인 경남 김해의 한 아파트 공사장입니다.
4,300세대가 넘는 국내 최대 지역주택조합 사업입니다.
대형 레저, 쇼핑시설을 마주보고 고속도로 진출입도 수월해 분양까지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이제 생활의 품격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불과 3, 4년 전만 해도 사업은 완전히 엎어질 뻔했습니다.
업무대행사가 문제였습니다.
[황종률 지역주택조합장]
″전 업무대행사의 많은 횡령으로, 배임 횡령으로 이어진 거죠.″
지난 2015년 사업 예정지의 한복판, 땅 4필지가 거래됩니다.
전형적인 ′알박기′입니다.
누가 샀나 했더니 당시 업무대행사였습니다.
이 땅을 6억5천만 원에 사들인 뒤 6개월 만에 무려 5배 가까이 비싼 값에 조합에 팔아 넘겼습니다.
이 황당한 거래에 업무대행사와 조합은 한통속이었습니다.
업무대행사 대표가 예전 자신의 직원을 조합장으로 내세웠고, 조합 이사와 감사까지 모조리 측근으로 채웠기 때문입니다.
설계와 조합원 모집, 광고, 하는 일마다 비용을 2배씩 부풀려도 조합장과 이사는 도장을 찍어줬고, 감사는 모른 척했습니다.
[황종률/지역주택조합장]
″(예전) 업무대행사가 자기 마음대로 용역 계약하고 집행을 한 거죠. (당시) 조합쪽 이사들이 다 바보들이죠. 허수아비죠. 자기 식구니까 그렇게 한 거죠. 이게 대한민국 지역주택조합의 문제점입니다.″
인근의 또 다른 지역주택조합 사업장,
조합 설립 3년 만에 사업비 110억원은 온데간데 없고 오히려 수십억대 빚만 남았습니다.
돈을 빼간 업무대행사 회장은 도주 중입니다.
[최주호/지역주택조합원]
″착잡하죠. 허허벌판이고. 비싼 수업료 냈다고 생각하고, 그냥 날렸다 생각하고 있어요.″
조합원들은 계약금 3천만 원 날린 것도 모자라 탈퇴하려면 3백만원 넘게 더 내야 할 판입니다.
조합은 해산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김 모 씨/ 업무대행사 당시 직원]
″명칭상 업무대행사랑 조합이지만 자기들끼리 다 먹으려고 그렇게 만들어 놓은 거야.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그냥 우리는 돈이나 빼서 그냥 빠지면 된다″고...″
역시 사업이 틀어진 부산의 지역주택조합.
이전의 사업 조직도를 보면, 당시 조합장이 아예 업무대행사 소속 부장으로 표시돼 있었습니다.
말이 조합장이지 매일 출퇴근 시간까지 보고했습니다.
[지역주택조합원]
″솔직히 우리는 (업무대행사와 조합이) 한 식구인지 몰랐지 않았나요? <네, 몰랐죠.> 난 몰랐어.″
조합이 주인인 게 아니라, 실제론 업무대행사가 조합원들을 끌어들이며 배후에서 사업을 쥐락펴락하는 겁니다.
[전 업무대행사 직원]
″(조합장을) 바지 사장으로 세우는 거죠. 아는 사람이나 이제 친인척으로. 거의 몇백억씩 벌죠. 최소. 작은 부지를 한다 하더라도.″
현행 법에 업무대행사 임직원은 조합 임원이 될 수 없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처벌 규정은 없습니다.
국토교통부는 ″피해 예방을 위한 연구를 맡기겠다″면서도 ″업무대행사를 반드시 지정할 필요는 없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답변을 내놨습니다.
MBC뉴스 백승우입니다.
영상 취재: 김재현, 독고명/영상 편집: 신재란/영상 제공: 하우스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