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의 사고를 예견하듯 공장의 안전 실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보고서가 사고 넉달 전에 나왔습니다.
현장 노동자들이 직접 만든 보고서였지만 그냥 묵살 됐습니다.
차주혁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리포트 ▶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사방에 석탄가루가 휘날립니다.
카메라를 닦으려다 실수로 자기 얼굴을 찍은 이 청년.
24살 비정규직 김용균 씨입니다.
두 달 뒤 김씨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어두컴컴한 발전소 안에서 김씨는 혼자 일했습니다.
안전 덮개가 없는 설비에 몸을 집어넣어야 했고, 컨베이어 벨트를 휴대전화 조명으로 비추면서 일했습니다.
김씨가 사망하기 넉 달 전, 회사 동료들이 작성한 보고서입니다.
태안과 비슷한 영흥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직접 안전 실태를 점검했습니다.
조명등과 안전덮개가 없다.
상체를 넣은 채로 작업해야 한다.
회전체 접촉으로 사고 위험이 높다.
특히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할 때 말림과 협착으로 중대재해 위험성이 높다고 두 번이나 강조했습니다.
김용균씨의 사고를 이미 넉달 전에 경고한 겁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그대로 묵살됐습니다.
하청업체는 원청업체가 두려워서 전달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신대원 / 한국발전기술(하청업체) 노조위원장]
″하도 하도 개선이 안 되다 보니까, 우리가 한번 직접 찾아서 한번 줘보자. 심지어 ′원청에 공문이라도 한 장 보내라,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그것도 원청의 보복이 두려워서 못하겠다고 한 게 바로 하청회사였습니다.″
고용노동부는 김용균씨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뒤늦게 석탄화력발전소 13곳을 전수조사했습니다.
김씨가 일하던 태안화력발전소 한 곳에서만 1,029건이 적발됐습니다.
하지만 474건이 적발된 영흥발전소를 제외하면 나머지 11곳은 한 곳당 평균 56건에 불과합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터진 태안발전소에는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한 달 동안 특별 점검을 했지만, 나머지는 소규모 인력이 2주 동안 점검했다고 밝혔습니다.
기간도 짧고, 인원도 적다 보니 현장보다는 서류 중심으로 조사한 겁니다.
[신대원 / 한국발전기술(하청업체) 노조위원장]
″고용노동부 보지를 못했대요. 그날 자기가 있었는데 서류만 보고 갔대요. 이게 다였어요. 현장 안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