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재욱

대법 "경영상 어려움이 미지급 임금 못 줄 이유 안 돼"‥현대중공업 패소

입력 | 2021-12-16 20:38   수정 | 2021-12-1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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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회사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수천억 원을 지급하지 않아서 현대중공업의 노사가 9년 동안 소송을 벌여왔는데 대법원이 오늘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회사가 어렵다고 무작정 노동자한테 희생을 떠넘길 수 없다는 겁니다.

이재욱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2012년, 현대중공업 노동자 3만 명을 대표해 10명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때 늘어나는 급여 차액을 지급하라는 요구였습니다.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받는 ′통상임금′은 각종 수당과 퇴직금 산정의 기준입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짝수월마다 나오는 상여금과 명절 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 빠져, 수당과 퇴직금을 덜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9년간 이어진 법정공방의 쟁점은, 이른바 ′신의성실의 원칙′이었습니다.

′상대방의 신뢰′에 어긋나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민법의 대원칙입니다.

회사가 어려운 데도 거액의 임금 소송을 하는 게 타당하냐는 겁니다.

1심은 이 같은 ′신의칙′을 부정하며,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경영 사정이 악화됐다고,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2심은 ″미지급 수당 등을 주면 회사 존립이 위태롭다″며 노동자들의 요구가 ′신의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습니다.

오늘 대법원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핑계로 노동자의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며 2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경영상의 일시적 어려움은 예측하지 못한 회사의 책임이라는 겁니다.

대법원은 또 기업의 지속성이나 수익성 등에 비춰 경영 위기 극복의 가능성까지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기덕/변호사]
″경영 계획이라든지, 경영 위험 부담은 사용자 측이 져야 되는 거다. 그것이 원칙이다. 이런 부분을 중시해서 노동자들의 임금 청구를 ′신의칙′ 법리로 쉽게 기각해서는 안 된다는…″

2009년 12월부터 4년 반 동안 현대중공업에서 덜 지급된 액수에 대해 노조는 4,800억 원, 사측은 6,300억 원 규모라고 추산했습니다.

노조는 ″늦었지만 다행스럽″다며 환영했고, 사측은 ″판결문을 검토해 파기환송심에서 충분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판결로 ′통상임금′ 산정과 적용 등을 놓고 업계 전반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됩니다.

MBC뉴스 이재욱입니다.

영상편집 : 문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