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조재영

접촉 없었지만‥가스라이팅 통한 '직접 살인' 인정될까?

입력 | 2022-06-03 20:24   수정 | 2022-06-03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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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이은해가 물리적인 접촉이 전혀 없이 남편을 계곡에 뛰어들게 한 것을 법원이 직접 살인으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부분인데요.

검찰은 이은해가 심리적 지배, 즉 ′가스 라이팅′을 통해서 남편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역대 판결문을 찾아봤는데, ′가스라이팅′이 쟁점이었던 사건이 거의 없어서 이번 재판이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재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12년, 30대 여성이 모텔에서 두 딸을 살해한 이른바 ′기계교 사건′.

처음엔 생활고 때문이라고 진술했지만 사실은 동료 학부모로부터 심리적 조종을 당해 저지른 일이었습니다.

기계가 시키는 대로 하면 잘 될 거라는 말만 믿고, 가해자의 문자를 명령으로 받아들여 자녀를 학대하다 살해까지 한 겁니다.

[′기계교 사건′ 담당 경찰 (당시)]
″기계교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종교이고요. 하루에 50~60회 정도 문자 메시지를 보내서‥″

가해자가, 공부를 잘하는 피해자의 자녀를 질투한 것이 범행동기였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문자로 지시한 내용들이 증거로 인정돼 가해자는 징역 12년형을 받았지만, 당시엔 ′가스라이팅′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 살인방조와 아동학대 혐의만 적용됐습니다.

[배상훈/프로파일러]
″그 죽이게 하는 방법이 ′가스라이팅′이 되는 거죠. (살인)을 하도록 시킨 것을 살인교사 방조로 의율해서 처벌한‥″

대법원의 판결문 열람시스템을 찾아봤습니다.

법원이 판결문에 ′심리적 지배′, ′가스라이팅′ 개념을 언급하기 시작한 건 약 5년 전부터.

용어가 쓰인 적도 지금까지 20여 건 뿐입니다.

20대 여성이 동아리에서 만난 남자친구를 가스라이팅을 통해 지배하면서,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

40대 과외 교사가 학생을 10년간 지배하면서 폭행하고, 인분까지 먹인 사건 등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들은 가해자의 ′직접적 폭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스라이팅이 유죄의 이유로 판단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은해 사건은 물리적 접촉이 전혀 없었어도, 직접적인 살인행위로 볼 것인지를 판단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승재현/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죽어라′ 그러면 죽을 수밖에 없는 노예의 상황이었다면 사실 직접 살인으로 보더라도 (법적) 문제는 없을 수는 있겠죠.″

검찰은 가스라이팅의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했고 이은해 등의 범행 동기도 입증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됩니다.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영상편집 : 고무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