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 나서서 발표한 정책과제에 대해 대통령이 바로 이렇게 그건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면 상당히 혼란스러운데요,
뭔가 정책 수립과정이나 정부 내 의사소통에 혼선이 있는 거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야당은 경찰인사 번복 논란에 빗대 ″이거야말로 국기문란 아니냐″고 꼬집었습니다.
이기주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후보시절 윤석열 대통령은 주 120시간 노동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작년 7월 19일 매일경제 인터뷰)]
″게임 같은 거 하나 개발하려고 하면 정말 한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주 120시간 일해야 된다는 거야. 그리고 한 2주 바짝하고 그 다음에 노는 거지.″
후폭풍이 거셌지만 윤 대통령은 노동시간 유연화를 대선 핵심공약으로 발표했고, 당선 후 새 정부 국정과제에도 포함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5월 16일 국회 시정연설)]
″세계적인 산업구조의 대변혁 과정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노동 개혁 역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어제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를 구체화해 정책 과제로 발표한 뒤 ′주 88시간 근로제다′, ′92시간 근로제다′ 등의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윤 대통령이 직접 ″나는 보고 받지 못했다, 정부의 공식 입장도 아니다″라며 자신의 핵심 공약에서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발언이 또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이 어제 장관의 발표를 최종안으로 생각해 한 발언이라고 수습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노동시간 유연화는 당정간 보고됐던 사안이라고 밝히는 등 대통령 보고 체계를 두고 다시 논란이 일었고,
[권성동/국민의힘 원내대표]
″(노동시간 유연화는) 당정 간에 협의를 했습니다. 보고를 받았으니, 협의했다기보다 보고를 받은 적은 있습니다.″
′이거야말로 국기문란′이라는 야당의 비판이 터져나왔습니다.
[신현영/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윤석열 대통령도 모르는 설익은 정책 발표야말로 국기 문란일 것입니다.″
[정의당/이동영 수석대변인]
″대통령의 재가도 없이 노동 정책을 발표한 고용노동부 장관도 국기문란이라고 또 말할 겁니까.″
윤 대통령은 최근 원전업체를 만난 자리에선 ″원전 업계가 전시 상황이니 안전 중시 사고를 버리라″고 주문해 실언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잇따른 혼선이 발생하면서 정부 여당과 대통령실간에 정책 소통이 원활히 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