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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이춘재 살인을 '가출'로 조작한 경찰‥유족에 뒤늦은 배상
입력 | 2022-11-17 20:28 수정 | 2022-11-1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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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33년 전 화성 연쇄살인 사건 진범인 이춘재에게 살해된 초등학생의 유족이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게 됐습니다.
경찰이 살해증거를 확인하고도 그 사실을 유족들에게 숨기고 ′가출사건′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딸의 생사도 모른 채 30년 간 고통받았다는 점이 인정됐습니다.
박성원 기자입니다.
◀ 리포트 ▶
1989년 7월 7일,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초등학교에 갔던 8살 김모 양이 집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화성에서 8번째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진 지 열 달쯤 지난 때였습니다.
다섯 달 뒤 근처 야산에서 김 양의 속옷 등 10여 점의 유류품이 나왔고, 인근에서는 양 팔이 줄에 묶여 있는, 김 양으로 추정되는 유골 일부도 발견됐습니다.
살인 정황이 뚜렷했지만 경찰은 유족에게 이같은 사실을 모두 숨긴 채 가출사건으로 종결했습니다.
가족들은 그 후에도 한참 동안 김 양을 찾고, 기다렸습니다.
[김모 양 어머니/1996년 인터뷰]
″만약에 살아있다면 좀 제발 보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30년간 미제로 남았던 사건은 지난 2019년, 이춘재의 자백으로 경찰이 재수사에 나서면서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담당 경찰관 2명이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뒤늦게 입건됐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담당 경찰관]
″얘기나 마나 나는 모른다니까. 몰라요, 나는. 나는 모른다니까.″
유족들은 재작년, 해당 경찰관들의 불법과 거짓 행위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향해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1심 법원은 ″경찰이 살해 가능성을 알고도 사건을 은폐, 조작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김 양의 사망을 모른 채 장기간 고통받고 시신을 수습하지도 못한 유족의 피해는 어떤 방식으로도 회복되기 어렵다″며 2억2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김현민/故 김모 양 오빠]
″30년 동안 기다린 것보다 최근 몇 년이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경찰관들이) 진실을 말하고 사죄를 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김 양이 살해된 사실이 확인된 이듬해, 어머니는 숨졌고 아버지도 판결을 두 달 앞둔 지난 9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MBC뉴스 박성원입니다.
영상취재 : 김두영 / 영상편집 : 이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