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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집중취재M] 이주노동자 '임금 체불' 사장님들‥달아나거나 '모르쇠'
입력 | 2023-02-16 20:40 수정 | 2023-02-16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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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인구 절벽 속에 요즘 이주 노동자가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는 산업 현장들이 많습니다.
정부가 올해 역대 가장 많은 11만 명의 이주 노동자들을 국내에 들여올 예정인데, 국가가 소개한 사 업장에서도 월급을 떼이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한 이주 노동자는 한국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면서 소송을 냈다고 하는데요.
이유경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잡초가 무성한 경기도 외곽의 콩나물 농장.
지붕이 내려앉은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냉장고에는 음식들이 썩어 있고, 천장의 끈끈이에 죽은 벌레가 빼곡합니다.
방문에는 누군가 ′힘들어′라고 써놨고, 테이블 위 공책에는 ′응급상황′, ′손을 다쳤어요′ 같은 말이 캄보디아어와 함께 적혀 있습니다.
농장주의 주소로 등록되어 있는 집입니다.
사실상 외국인 노동자들의 숙소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오랜 기간 사람이 살지 않아 방치된 모습입니다.
이 농장에서 4년 넘게 일했던 30대 캄보디아 남성 노동자는 임금과 퇴직금 2천5백만 원을 떼였습니다.
그래서 소송을 했고, 재판부는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그래도 못 받았습니다.
농장주가 임금체불 신고가 접수된 직후부터 자취를 감췄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사이 이 노동자의 체류 허가 기간이 끝나버렸는데, 그 후 노동자가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김이찬/′지구인의 정류장′ 활동가]
″임금 체불을 당했다고 해서 (이주노동자의) 취업 기간이 연장되거나 그러지는 않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E-9 비자를 받아야 일할 수 있는데, 임금을 체불당해 소송을 내면 보통 G-1 비자로 바뀌게 됩니다.
하지만 G-1 비자로는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억울해도 떼인 임금을 포기하고 돌아가거나,
[미나/캄보디아인 노동자(2020년 귀국)]
″우리가 일하면 불법이라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G1 비자 노동자에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해요.″
다른 일을 하면서 버티려면 미등록 체류자 신세를 감내해야 하는 겁니다.
[사이(가명)/캄보디아인 노동자]
″나는 불법체류하기 싫어요. 그런데 내가 진정한 체불임금 사건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어요. 다른 방법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돼요?″
사이 씨의 경우도 밀린 임금 1천만 원을 받아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벌써 2년 전 판결인데, 농장주는 벌금 50만 원만 낸 채 계속 버티고 있습니다.
[농장주]
″돈이 있어야 뭘 주는 거지. 돈이 없는데 어떻게 줘.″
[최정규/변호사]
″그게 더 경제적인 선택인 거예요. (벌금이) 임금 체불액의 10분의 1도 안 나오거든요.″
정부는 인력난을 겪는 영세 사업장에 이주노동자를 소개하는 고용허가제를 실시하고, 임금체불 보증보험 제도도 실행합니다.
하지만 보증보험 보상이 최대 4백만 원에 그쳐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임금 3천4백만 원을 떼였다는 한 이주노동자는 농장을 소개한 한국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며 처음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라이(가명)/캄보디아인 노동자]
″3년 8개월 동안 무급으로 한국에서 일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내 사건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국내에 들어온 이주노동자는 21만 명으로 전체의 약 1%인데, 임금체불 신고액은 9%에 달합니다.
MBC뉴스 이유경입니다.
영상취재: 이준하, 김백승 / 영상편집: 정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