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류현준

사막 피해 북으로 북으로, 쓰레기 줍는 유목 난민

입력 | 2023-03-08 20:20   수정 | 2023-03-0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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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한반도에 황사를 날려보내는 몽골의 심각한 사막화 실태를 어제 보여드렸는데요,

몽골에서는 양과 염소 등 가축을 먹일 물도 없고, 풀도 말라버려 유목을 포기하는 유목민이 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기후변화로 전 재산인 가축을 잃고 도시 외곽의 빈민으로 내몰리고 있는 몽골 유목민의 실태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류현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하늘과 맞닿은 드넓은 땅을 수놓은 건 양과 염소입니다.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양들이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양과 염소 떼가 도로를 가로지르기 시작합니다.

지나가던 트럭은 익숙한 풍경을 마주한듯 속도를 늦춥니다.

이들은 남쪽을 떠나 북쪽으로 이동하는 유목민의 가축입니다.

몽골 중부에 있는 돈드고비의 한 초원에서 양과 염소 떼 2천여 마리가 이동하고 있습니다.

중부 지역에선 식생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서요.

유목민들은 풀을 찾아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취재팀이 만난 한 유목민은 급속히 사막화되는 고향을 떠나 2년째 북쪽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잉흐 투르 / 유목민]
″원래 남고비 지역에서 유목을 하는데, 북쪽으로 2년 동안 계속해서 이동하고 있습니다.″

몽골 남부에서 이십여년간 유목민으로 살아온 막마르수렝 씨.

풀은 줄어들고 가축에게 먹일 물도 부족합니다.

인근 5km 안에 있던 샘물은 모두 말라버려, 땅을 파고 지하수를 끌어올려 간신히 버티고 있습니다.

[막마르수렝 / 유목민]
″물이 없어지면서 관정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하는데요. 그 관정 주변으로 많은 가축들이 몰리면서 먹을 풀들이 더 없어지고 있습니다.″

평균기온은 상승하지만 겨울 추위는 더 혹독해졌습니다.

극심한 한파를 몽골 사람들은 ′조드′라고 부릅니다.

지난 2016년 겨울 조드가 닥쳤을 때 촬영된 영상을 보면 소와 양 등 수많은 가축이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몽골 당국은 초원의 사막화를 늦추기 위해, 염소보다는 양과 소를 키울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뭉흐바트 / 돈드고비 도지사]
″염소하고 말은 풀을 뿌리째 뜯어 먹습니다.반면 양과 소가 먹은 자리에서는 풀이 빠르게 다시 자라나기 때문에 사육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는 힘들어 보였습니다.

많은 유목민이 유목을 포기하고 도시로 몰려듭니다.

평생 가축만 키우던 유목민이 대도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수도 울란바토르 외곽에 있는 쓰레기 매립장입니다.

트럭이 쓰레기를 내려놓기 무섭게 사람들이 달려듭니다.

사람들이 자기 몸보다 큰 넝마를 들고 어딘가로 실어나릅니다.

쓰레기 매립지 내부로 들어왔고요. 트럭들이 계속 들어와서 새로운 쓰레기를 쏟아내면 그 안에서 공병이나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넝마에 주워 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도시로 몰려든 유목민 중 일부는, 쓰레기 매립지에서 재활용품을 주워 팔아 생계를 이어갑니다.

[투맹 나스트 / 울란바토르 주민]
″다시 팔 수 있는 고철, 공병을 주워서 저녁밥 정도 할 수 있는 돈을 벌고 있습니다.″

4년 전 유목 생활을 접고 이곳에 온 한 유목민입니다.

그리운 초원은 이제 그림과 사진에만 남아있습니다.

여름에는 집 앞에 설치한 게르에서 잠을 자며 하늘과 땅을 벗삼아 살던 초원 생활을 추억합니다.

[아리온토야 / 울란바토르 주민]
″저는 어릴 때부터 초원에서 살아왔고 거기서 계속 살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죠.″

몽골 당국은 지금까지 60만 명, 매년 4만 5천 명의 유목민이 수도로 몰려오고 있다고 말합니다.

유목 생활을 앗아간 기후변화는 초원을 호령하던 유목민들을 환경 난민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MBC뉴스 류현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