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현지

[음주운전 살인운전] "차 버리고 숨으세요" 난무하는 꼼수들

입력 | 2023-03-08 20:22   수정 | 2023-03-0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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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음주운전 연속 기획, 오늘은 어떻게든 처벌을 피하거나 처벌 강도를 낮추려는 음주운전자들의 각종 꼼수를 취재했습니다.

측정을 피하기 위해 현장에서 달아나거나, 감형받기 위한 반성문을 쓰라는 등 온갖 수법들이 sns를 통해 공유되고 있습니다.

김현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빠르게 달리던 승용차가 순식간에 중앙분리대를 치고 넘어가더니 마주오던 소형차까지 들이박습니다.

2주 전, 경기도 포천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소형차의 운전석 주변이 완전히 부서졌고, 운전자는 물론 조수석에 탄 부인까지 크게 다쳤습니다.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
″갑자기 역주행 차가 나타나서, 보자마자 어! 하는 순간에 사고가 난 거예요. 그러고 나서는 정신이 잃었는지 이제 에어백이 터지고‥″

군복무 중 휴가를 나온 아들을 부대에 데려다주고 오다 봉변을 당한 겁니다.

부부는 갈비뼈 골절과 내장 파열 등 심각한 부상을 입어 계속해서 입원 중입니다.

당시 만취 상태였던 가해 차량 운전자는 사건을 일으킨 직후 달아났습니다.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
″정신 차려서 보니까 우리 아저씨를 확인을 하고 나서 보니까 (가해 운전자) 그분이 넘어서 도망을 가는 걸 제가 정확히 봤어요.″

술에 취한 운전자는 사고가 난 차량을 이곳에 버려두고 달아났습니다.

여전히 사고 흔적은 이렇게 남아 있습니다.

사라졌던 운전자는 21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서에 출석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할 수 없었습니다.

경찰 조사에선 음주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한 병만 마셨다″고 주장했는데, 추궁을 받자 ″두 병″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운전자들 사이에선 ″일단 측정을 피하라″는 말이 퍼져 있습니다.

관련 정보가 오가는 SNS 방에 들어가봤습니다.

′반성′이라고 적힌 대화방 제목이 무색하게, 처벌 강도를 낮추기 위한 온갖 꼼수가 공유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안 걸리면 적용되지 않는다′, ′측정 안 되면 처벌되지 않는다′, ′차 버리고 숨어라′ 같은 얘기들입니다.

′반성문과 탄원서를 많이 내면 훨씬 낫다′, ′초범인 점을 활용해라′ 같은 말도 오갑니다.

대화에 적극 참여하지 않으면 퇴장당합니다.

이 대화방에 처음 입장하면 나이와 사는 지역, 음주운전에 몇 번 걸렸는지 등을 밝혀야 하는데요.

그러지 않고 일주일 가량 대화방에 머물렀더니 어느 순간 쫓겨나 있었습니다.

경찰은 소용없는 꼼수일 뿐이라고 일축합니다.

[최규동 / 경기남부경찰청 교통조사계장]
″음주측정 수치가 없다 하더라도 경찰에서 행적 조사나 CCTV 분석 등을 통해서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확보를 합니다. 그 이후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해서‥″

앞서 포천에서 달아난 음주운전자의 경우도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1%로 산출돼 구속됐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처벌마저 낮추려는 음주운전자들의 태도는 피해자들을 더 분노하게 합니다.

MBC뉴스 김현지입니다.

영상취재: 김준형 한지은 한재훈/영상편집: 권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