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유경

"제사는 아들이"?‥대법원 "헌법 어긋나‥연장자가 맡아야"

입력 | 2023-05-11 20:26   수정 | 2023-05-1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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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부모의 제사를 누가 지낼지에 대해서 그동안은 장남이나 장손, 그러니까 남자에게 먼저 기회가 있다는 게 우리 대법원 판례였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이 성평등을 명시한 헌법정신에 어긋난 판결이었다고 반성하면서, 15년 만에 판례를 깨고 남동생보다 누나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새롭게 판결했습니다.

이유경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아버지 유해를 돌려달라.

지난 2017년 숨진 뒤, 납골당에 봉안된 유해를 두고 법정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1993년 결혼해 두 딸을 낳은 남성은, 13년 뒤 다른 여성과 혼외자식으로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아들 쪽이 배다른 누나들과 상의 없이 아버지 시신을 화장해 봉안한 겁니다.

법률상 부인과 상속인인 두 딸은, 배다른 남동생 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상속인 사이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장남이나 장손자가 제사를 맡는다, 즉 아들이 우선이라는 2008년 대법원 판례 때문입니다.

대법원이 15년 만에 과거 자신들이 내렸던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장남·장손 등 남성을 우선한 것은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개인의 존엄을 보장한 헌법정신에 어긋난다″며, ″판례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스스로 정정한 겁니다.

[김명수/대법원장]
″여성 상속인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는 없습니다.″

″남성 중심의 가계 계승의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했고, 아들과 딸 역할에 차이가 없어진 현실″도 반영했다며, 제사를 누가 맡을지 새 기준도 제시했습니다.

″상속인끼리 협의가 어렵다면, 남녀나 적자인지 서자인지 따지지 말고, 나이가 많은 사람이 제사를 맡는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법적으로까지 굳어졌던 남성 중심의 관습들을 느리게나마 하나씩 고쳐왔습니다.

2005년 대법원은 여성에게도 종중 회원 자격을 줘야 한다고 기존 판례를 뒤집었고, 2010년 성별을 이유로 종중 재산 분배에 차별을 둬선 안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MBC뉴스 이유경입니다.

영상 편집 : 김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