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아영

대통령 한 마디에 증액안이 삭감안으로‥찬밥 된 과학기술?

입력 | 2023-09-01 20:17   수정 | 2023-09-0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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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내년도 예산안에서 연구 개발 분야의 예산이 크게 줄면서, 과학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런데 취재 결과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예산 삭감이 아닌 증액을 추진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두 달 사이 1년 치 예산 계획이 틀어져 버린 건 윤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을 언급한 직후였습니다.

김아영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6월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준비한 내년도 주요 R&D 예산안입니다.

올해보다 2% 증가한 25조 4천억 원이 배정됐습니다.

나흘 뒤인 30일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심의를 받으면 기재부에 제출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심의 직전 계획이 전면 취소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학기술계 ′이권 카르텔′을 언급한 뒤 벌어진 일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
″효과 분석 없이 추진된 예산 돈을 썼는데 아무런 효과도 나타나지 않는 왜 썼는지 모르는 그런 예산 이런 것들은 완전히 제로베이스에서 재점검해야 됩니다.″

그로부터 약 50일 뒤인 지난달 22일 과기부가 발표한 수정 예산안입니다.

주요 R&D 사업에 증액은커녕 13.9% 감액된 21조 5천억 원이 배정됐습니다.

6월안과 비교하니 2조 4천900억 원이 배정됐던 탄소 중립 연구개발 분야 예산은 2조 원으로, 재난·안전 등 공공 분야는 2조 4천억 원에서 1조 9천억 원으로 삭감됐습니다.

반면, 글로벌 연구개발 분야는 6천106억 원에서 1조 원 넘게 증액됐습니다.

정부는 중소기업 뿌려주기 식 사업이나 코로나 감염병 대응을 위한 지원금을 깎고, ′낡은 관행′을 걷어내느라 예산이 줄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어떤 사업들이 ′낡은 관행′에 해당하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신명호/전국과학기술노조 정책위원장]
″저희가 보기에는 삭감된 방식이나 과정들이 거의 일괄적으로, 폭력적으로 진행돼서 그런 부분만이 삭감된 게 아닌 걸로 보이는 거죠.″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유수한 대학의 이공계 학생들, 교수들…. 도대체 이렇게 졸속으로 불법으로 R&D 예산을 축소하면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얘기냐″

과학계에서는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 삭감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또, 연구 개발 예산이 깎일 경우 석·박사 후 졸업생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거나 구조조정이 생길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아영입니다.

영상취재: 임지환 / 영상편집: 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