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윤상문

"예산 없으니 초과 근무 줄여라"‥일선 경찰 "사실상 무급 노동"

입력 | 2023-11-25 20:18   수정 | 2023-11-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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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우리 국민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관들.

불과 한 달 전, 대통령이 직접 ″경찰 조직을 ′치안′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그런데 경찰 지휘부에서는 오히려 ″초과 근무를 줄이라″는 지침을 일선에 내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아직 해가 바뀌려면 한 달도 더 남았는데 벌써 초과 근무수당 예산이 바닥이 난 겁니다.

윤상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일선 경찰서의 한 강력팀 형사는 매달 130시간 넘는 초과 근무를 합니다.

강력범을 추적·검거하는 업무 특성상 중간에 일을 멈출 수 없는 데다, 사건이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달부터는 이렇게 일하고도 수당을 다 못 받을 처지입니다.

경찰청에서 갑자기 ′초과 근무시간′을 제한했기 때문입니다.

이 형사는 ″이번달 초과 근무가 90시간 정도로 묶였는데, 이미 다 찼다″며 ″그렇다고 일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니 일부 수당은 꼼짝없이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청은 제한 시간을 넘긴 만큼 나중에 유급 휴가를 쓸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미 있는 휴가도 다 못 쓰는데 무슨 의미냐″는 겁니다.

이러다보니 수도권의 한 경찰서에선 최근 야간에 초과 근무를 하고도 윗사람 눈치가 보여, 기록을 못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경찰은 예산이 부족해 초과 근무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두 달치 지급을 앞둔 시점이지만, 남은 예산이 한 달치를 조금 넘은 수준에 불과한 겁니다.

각종 수해에 잇단 흉기 난동, 세계 잼버리 파행 등 비상 근무가 줄을 이었던 탓입니다.

[일선 경찰관 (음성 변조)]
″이슈가 터질 때마다 경찰관들을 주먹구구식으로 진짜 다 집어넣게 되는 그런 근무 계획이 내려오게 되거든요. 서현역 칼부림 사건 같은 게 나왔을 때도 특공대까지 동원시켜서‥″

경찰청은 ″꼭 필요한 초과 근무만 하자는 차원″이라면서도, 파장이 커지자 어제 대책회의를 열어 진화에 나섰습니다.

″교대 근무자는 월 평균 7.8시간, 통상 근무자는 5.4시간을 줄이는 정도″라며 ″불가피한 초과근무에 대해선 예비비 집행과 유급 휴가 등을 통해 보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영상편집: 이화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