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던 20대 기간제 교사가 올해 초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는데요.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이 사건을 교육 당국이 다시 조사한 결과, 이 교사가 일부 학부모들의 폭언과 민원에 계속 시달려 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서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서이초 교사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열린 기자회견 당시, 한 남성이 눈물로 회견장을 찾았습니다.
교사였던 자신의 딸 역시 올 초에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다는 겁니다.
[오재근/오 모 교사 아버지]
″6개월 전에 제 딸도 그렇게… 제 딸도 같이 조사해주세요.″
오 씨의 딸은 지난해 2월, 서울 상명대 부속초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교직 생활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그해 6월, 담임을 맡은 2학년 학생 4명의 다툼을 중재하려다 문제가 시작됐습니다.
오 교사는 아이들에게 당시 상황을 재연해보라고 한 뒤 영상을 찍어 학부모들에게 보냈습니다.
그 과정을 정확히 설명하려는 의도였지만, 그때부터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한 학부모는 심지어 오 교사에게 ″콩밥을 먹이겠다″, ″다시는 교단에 못 서게 하겠다″고 폭언을 퍼부었다는 겁니다.
오 교사는 한 학기 만에 학교를 떠난 뒤 우울증을 앓았고, 지난 1월,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오재근/오 교사 아버지]
″힘들다는 얘기도 하고 ′무릎 꿇고 빌까, 내가′ 주변에서 너무 안 도와줘서…″
서울시교육청은 다섯 달 동안 감사를 벌여 오 교사가 ″학부모의 과도한 항의로 우울증이 발병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다만, 학교 측의 조치에서 특별한 법 위반사항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오재근/오 교사 아버지]
″한이 되더라고요. 서이초는 꽃다발이 수천 개가 놓였는데, 우리 딸은 한 송이도 없는 상황에서…″
유족들은 가해 학부형에 대해 형사고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유서영입니다.
영상취재 : 김승우·남성현 / 영상편집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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