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지인

"형제복지원 피해자에 최대 11억 원"‥국가배상 첫 판결

입력 | 2023-12-21 20:37   수정 | 2023-12-2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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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대표적인 국가 폭력 사건 중 하나죠.

′형제 복지원′ 사건, 1970-80년대 거리 부랑인들을 수용한다면서 어린 아이들까지 가둔 채 강제노역을 시켰고, 확인된 것만 6백 명이 숨졌습니다.

법원이 반세기가 지나서야,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첫 판결을 내놨습니다.

김지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987년, 부산 형제복지원의 실상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부랑자를 수용한다며 일반 시민과 어린이까지 납치해 감금한 채 강제노역을 시킨 겁니다.

[MBC 뉴스데스크/1987년 6월 9일]
″형제복지원 원장 박인근 피고인 등 7명의 피고인은 원생들을 감금한 뒤 강제 노역을 시키고…″

원장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정부 훈령대로 했을 뿐이라는 이유로 무죄를 받았습니다.

지난해 8월 진실과 화해위원회가 재조사한 결과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 아래 고문과 강간 등 끔찍한 인권유린이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3만 8천여 명이 수용돼 최소 650여 명이 숨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법원이 처음으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피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부랑인 강제수용의 근거가 된 훈령은 위헌적이고 위법했다″며 ″감금과 구타, 강제 노역으로 고통을 겪고, 공부할 시기 학습권이 침해된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배상액은 후유증 등 피해 정도에 따라 1인당 8천만 원에서 최대 11억 2천만 원까지, 26명에게 총 145억 8천만 원입니다.

[이채식/형제복지원 피해자]
″맞은 기억, 거기서 당한 고통을 돈으로 환산할 수밖에 없잖아요. 국가에서 이렇게 인정을 해주니까 고맙다는 말밖에…″

피해자 상당수는 형제복지원을 나온 뒤 부모를 못 찾고 고아로 살아야 했습니다.

정부가 항소해선 안 된다는 요구도 나왔습니다.

[강호야/형제복지원 피해자]
″내 부모 행적이, 뭐 하고 사는지도 (모르는) 지금 우리 90%는 다 그런 사람들이에요. 추운 겨울에 끙끙 얼은 흙을 날랐던 생각을 하면…″

현재 전국 법원에선 형제복지원 피해자 3백여 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 16건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지인입니다.

영상취재 : 정인학 / 영상편집 : 정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