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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일
[뉴스 속 경제] '산 넘어 산' 아시아나 합병‥남은 과제는?
입력 | 2023-11-03 07:36 수정 | 2023-11-03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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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금요일 <뉴스속경제>시간입니다.
아시아나가 어제 이사회를 열어서 화물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는데, 이로써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가 한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해외 정부 독과점 심사가 지연되는 이유, 현재 상황을 짚어보고, 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이성일 기자와 함께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이사회가 평소와 달리 관심을 끌었던 이유가 있죠?
◀ 기자 ▶
이사회 결정에 따라서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합병이 무산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하기로 한 결정은 3년 전 11월 내렸지만, 해외 정부의 기업 결합 심사가 진행 중입니다.
합병된 기업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지 않을지 미리 따져보는 절차인데요.
EU 경쟁당국의 경우, 지난 5월 한국과 EU를 오가는 항공 화물 사업에서 두 회사의 비중이 너무 커져서 문제라는 의견을 내고 심사를 보류했습니다.
아시아나 항공의 화물 분야를 다른 회사로 매각하겠다는 계획은, 대한항공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었습니다.
◀ 앵커 ▶
어제 아시아나 이사회 결정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잖아요?
반대 목소리가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 기자 ▶
합병을 성사한 대한항공입장에서는 아시아나 화물 부문, 이것 때문에 발목을 잡히기 쉽지 않았을 거고요.
또 금융 비용이 크게 나오고 있는 아시아나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도 빠른 합병 진행이 필요했다는 게 회사의 공식 입장이기도 합니다.
하지만요, 수익을 내고 매출 규모도 큰 화물 사업을 떼어내야 하는 아시아나 입장에서 보면 이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거든요.
혹시라도 인수가 무산되는 경우까지를 생각해보면 독자 생존 어려워지는 건 굉장히 큰 문제이지 않습니까?
반드시 팔아야만 하는 사정이 노출된 뒤라서 제값을 받기 어려운 매각 협상에 대한 걱정도 한몫을 했을 겁니다.
◀ 앵커 ▶
지금 말씀해주신 대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는 것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건가요?
◀ 기자 ▶
유럽연합 승인을 받으려고 지금 화물 매각을 결정했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EU가 바로 승인을 내주지는 않을 겁니다.
아시아나 화물 분야를 인수하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또 대한항공과 경쟁할 만큼 탄탄한 회사인지 따져볼 것이 분명합니다.
또 다른 주요 시장인 미국과 일본에서 결합심사 진행 중인데 여기서 또 어떤 장애물이 나타날지도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상황이고요.
조선업의 사례이기는 하지만요.
대우조선 해양을 인수하려던 HD현대중공업의 시도가 EU 경쟁 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던 전례가 있습니다.
우리 기업끼리 합병하는데 남의 나라 정부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를 물을 수는 있지만요.
이렇게 승인을 못 받아서 합병이 무산되는일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 앵커 ▶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해외 정부가 우리나라 기업의 인수 합병을 심사하는 것이 아무래도 항공 요금과 관련되어 있는 거잖아요.
◀ 기자 ▶
항공권 가격 인상 가능성, 이게 제일 큰 걱정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안에서는요.
이보다 앞서 걱정되는 게 또 있는데 우리나라 국적 항공사의 해외 운항 횟수가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승객을 태우고 인천에서 뉴욕이나 LA같은 미국 주요 도시를 오가는 항공 노선을 예로 들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편을 합쳐서 이 노선의 항공편 70, 80%에 이릅니다.
미국 도시에서는 100%인 노선도 있고요.
두 회사가 합병을 하고 나면 경쟁자가 사라진 이런 노선에서 항공권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경쟁 당국의 기본적인 시각입니다.
그래서 자기 나라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도 해외 정부는 우리 기업이 가진 노선 항공권 그 일부로 자국 항공사에게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거든요.
실제로 영국은 아시아나 항공이 가졌던 런던 히드로 공항 운행권, 이게 일주일에 7편인데 이 모두를 영국 항공사에 넘기는 조건으로 승인해 줬습니다.
지금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EU도 파리나 바르셀로나 같은 유럽 국가의 주요도시 노선 일부를 반납할 것, 혹은 다른 저가항공사에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거든요.
해외로 여행을 갈 때 탈 수 있는 우리나라 항공편이 얼마나 되느냐, 이런 관점에서 보면 두 회사 합병은 하나 더하기 하나, 이게 아니고 한 회사가 아예 사라지는 뺄셈에 가깝습니다.
항공권 가격 인상 우려는 여전히 남게 되고요.
◀ 앵커 ▶
다른 나라 항공기를 이용하는 불편에 가격 인상 우려까지 있는데 인수합병을 결정할 당시에 이런 문제를 예상하지 못했을까요?
◀ 기자 ▶
충분히 예상을 했고요.
실제로 걱정을 했던 문제이기도 합니다.
3년 전 당시 정부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논리 아래 대한항공에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무릅쓰고 이 합병을 밀어붙였는데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큰 대형 항공사가 탄생할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했지만 지금 운항권 반납도 매각을 거치면서 드러난 현실과는 좀 간격이 커 보입니다.
◀ 앵커 ▶
지금까지 이성일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