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윤상문

장애인 채용한다며 "일할 수 있냐?"‥법원 스스로 '차별' 인정

입력 | 2024-01-11 20:26   수정 | 2024-01-1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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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법원에서 장애인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고 시험에 응시해서 필기시험을 통과한 장애인에게, 법원 면접관이 장애를 지적하며 업무를 할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이렇게 3년 연속 필기시험을 통과하고도 면접에서 탈락한 장애인이 법원을 상대로 소송을 내서 이겼습니다.

법원 스스로, 법원이 장애인을 차별한 게 맞다, 배상금 내고 면접도 다시 하라고 판결한 겁니다.

윤상문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재작년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낸 9급 공무원 채용 공고입니다.

전국 법원에서 414명을 채용하는데, 사무직 장애인 28명도 모집한다고 돼 있습니다.

발음이 부정확한 ′조음 장애′를 가진 박모 씨도 응시해 필기시험을 통과했습니다.

필기 합격자는 정원 28명에 크게 모자란 4명뿐이었는데, 박씨는 최종 불합격했습니다.

면접에서 ″발음이 좋지 않은데 일을 할 수 있냐″, ″민원인과 의사소통할 수 있냐″며 박 씨의 장애를 대놓고 문제 삼은 겁니다.

3년 연속 필기시험을 통과하고도 면접에서 매번 고배를 마신 박 씨는, 법원이 장애인을 차별한다고 소송을 냈습니다.

[박 모 씨/대독(2022년 11월)]
″독서실에서 13년 동안 법원직 공무원이 되고 싶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세 번의 면접시험 탈락입니다.″

1년여 만에 나온 1심 판결.

법원은 스스로 박 씨에게 5백만 원을 배상하고 불합격 처분도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말로 하는 의사소통만 불편할 뿐이어서 직업 능력이나 지적 능력에까지 영향을 미친 건 아니″라며 ″장애를 평가 요소로 삼은 건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최현정/′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면접위원이 장애에 관련된 차별적 질문을 하도록 한 것은 정말로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앞서 지난 2020년 수원고법도 한 지방자치단체 면접에서 청각장애인에게 ″동료와 어떻게 소통할 건지″ 질문한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다시 면접을 볼 수 있는 박 씨는 ″차별 없이 같이 일하는 시대가 오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영상취재: 고헌주 / 영상편집: 김관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