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대표적인 야당 정치인을 거쳐서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남편과 함께, 대한민국 민주화 과정 65년을 함께 했습니다.
손 여사의 일생을 이남호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 리포트 ▶
손명순 여사가 김영삼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난 건 1951년.
당시 이화여대 3학년 학생이었던 손 여사는 동갑내기 남편을 만나 탄압받는 야당 정치인의 동반자이자 아내로 궂은 길을 함께 걸었습니다.
전두환 정권에 맞서 단식에 나선 남편을 간호하며 외신 기자들을 통해 그의 투쟁 소식을 세계 곳곳에 알린 것도, 정치적 위기의 순간에 당내 인사들을 일일이 찾아가 한 표를 호소하며 남편을 지켰던 것도, 매일 문지방이 닳도록 상도동을 찾는 민주화 동지들의 주린 배를 챙긴 것도 손 여사였습니다.
그렇게 인고의 40여 년 세월을 거쳐 남편은 끝내 대통령이 됐지만 손 여사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손명순 여사 (지난 1992년 11월 28일)]
″저는 드러내지 않고 소리 없이 하여튼 저는 저 나름대로 주로 여성들, 여성 계층을 주로 살피고 싶어요.″
김 전 대통령은 둘째 아들 현철 씨가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될 때도 손 여사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지난 2001년 5월 19일)]
″나한테 이거 이랬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를 한 일이 없습니다. 한 번도. 내가 짐작하지요. 마음으로. 어떤 생각을 어머니가 가지는가…″
가난을 참을 것, 남편에게 용기를 줄 것, 집을 찾은 사람에게 밥 한 그릇을 내줄 것을 신조로 삼아왔던 손 여사에 대해 노년의 남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지난 2011년 3월 4일)]
″이 김영삼의 오늘이 있음은 제 아내 손명순의 한결같은 사랑과 내조 덕택이었다고…″
손 여사를 만난 것을 평생에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로 꼽았던 김 전 대통령.
9년 전 그가 떠날 때 손 여사는 그저 ″춥다″ 는한 마디로 마음을 표했습니다.
손 여사의 발인은 오는 11일 아침 8시, 국립현충원 김 전 대통령 묘역에 합장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