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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성
어느 해외 입양인의 쓸쓸한 마지막 길‥떠날 때도 이방인이었다.
입력 | 2024-03-22 20:31 수정 | 2024-03-2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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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50년 전, 네덜란드로 입양됐던 한 남성이 한국에서 생활고를 겪다가 홀로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1969년생 ′문영 휀스트라′ 씨인데요.
돌아온 조국에서 그는 왜 그토록 외롭게 생을 마감하게 된 건지, 김지성 기자가 그의 삶을 따라가 봤습니다.
◀ 리포트 ▶
영정사진 속 남성의 이름은 문영 휀스트라, 한국 이름과 네덜란드 성씨를 합친 이름입니다.
1969년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5살 때 입양돼 국적은 네덜란드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한국인임을 잊지 않았고 결국 마흔이 되던 2008년 돌아왔습니다.
[문영 휀스트라 지인/네덜란드 입양인]
″많은 한국계 입양인들은 ′이곳이 우리나라다′라고 생각해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문영 씨는 이방인이었습니다.
서툰 한국말,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가난은 그림자처럼 따라붙었습니다.
[문영 휀스트라 지인/네덜란드 입양인]
″문영 씨는 야간 택배 일을 했습니다. 마지막엔 건물 청소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문영 씨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친구들은 말합니다.
[송종근/네덜란드 입양인]
″농담하는 걸 좋아하고 분위기를 좋게 만들었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가 마지막 살던 곳은 보증금 없는 월세 35만 원짜리 작은 고시원 방 한 칸이었습니다.
문영 씨는 고시원 자신의 방문 앞에서 쓰러졌고 이를 이웃주민이 발견하고 신고했습니다.
심장마비였습니다.
[옆방 주민(음성변조)]
″새벽에 어디서 ′쿵′ 소리가 나서…여기 누워있더라고요.″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 16년 만이었습니다.
수십 년 왕래도 없던 네덜란드 가족은 시신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해왔습니다.
결국 숨진 지 두 달 가까이 지난 14일에야 무연고 장례가 치러졌습니다.
문영 씨처럼 해외 입양됐다 한국에 돌아와 정착한 사람은 수백 명에서 천 명 남짓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송종근/네덜란드 입양인]
″입양인들을 돌보고 그들이 문제를 겪을 때 쉽게 접촉할 수 있는 기관이 있어야 합니다.″
일각에선 실태 조사와 함께 이들의 적응을 도울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MBC뉴스 김지성입니다.
영상취재: 이주혁, 임지환 / 영상편집: 박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