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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현
[현장검증] '쫓겨날 처지' 산불 이재민 "진짜 고통은 지금부터"
입력 | 2024-04-03 20:25 수정 | 2024-04-0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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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뉴스의 현장에서 사실을 확인하는 ′현장검증′입니다.
지난 2022년 3월 경북 울진과 강원 동해 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기억하실 겁니다.
피해 면적만 1억 6천만 제곱미터, 9천억 원의 재산피해와 3백여 명의 이재민을 낳은 최악의 재난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산불로 집을 잃었던 이재민들은 2년이 지난, 지금부터가 진짜 고통의 시작이라고 호소하는데요.
그 이유가 뭔지,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울창했던 숲엔 화마가 할퀸 거친 상처가 남았습니다.
황무지로 변한 산골 마을, 집터 옆으로 낡은 컨테이너 하나가 눈에 띕니다.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의 임시 거주 공간입니다.
조립식 주택 내부입니다.
화장실과 주방, 그리고 작은 방 하나로만 이뤄져 있습니다.
가족이 많을 경우 생활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김만식/2022년 동해 산불 이재민]
″두 명 이상이면 좁죠. (동해)시에서도 ′저게 주택용이 아니라 살기 힘들 거예요′ 그런 식으로‥″
강릉 김 씨 집성촌에 살다 2년 전 산불로 집은 물론, 가문의 중요한 문서도 다 잃은 김재길 씨를 다시 만났습니다.
얇은 철판으로 만들어진 컨테이너.
바닥도 들떠 있어 봄인데도 방 안에 한기가 가득합니다.
[김재길/2022년 동해 산불 이재민]
″(겨울에) 한참 추울 때는 나가 있었어요. 동생 집에도 가 있고, 딸내미 집에도 가 있고‥″
그런데 더 두려운 건 지금부터입니다.
컨테이너의 무상 임대 기간 2년이 이달 중순이면 끝나는 겁니다.
대형 산불 이후 이 조립식 주택에 거주해왔던 주민들은 이 주택을 구매해 계속 살지, 아니면 반납을 할지 결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컨테이너 한 동에 1천260만 원.
대부분 농민인 이재민들로서는 산불로 모든 걸 잃은 상황에서 감당하기 쉽지 않은 액수입니다.
[김만식/동해 산불 이재민]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죠. 한 5백 정도면 구입해서 (면적을) 조금 더 추가를 할 수 있어도.″
2년 전 동해·삼척·울진 산불 당시 정부는 가구별 구체적인 피해 내역과 상관 없이 집이 완전히 탄 경우 1천600만 원, 절반만 탔을 때는 800만 원을 지원하도록 기준을 정했습니다.
당시 태풍, 집중호우 등 ′자연재난′은 집을 모두 잃은 경우 5천200만 원을 지원했지만, 산불은 ′사회재난′으로 분류돼 30% 수준밖에 지원되지 않은 겁니다.
여기에 지역에 따라 지자체 지원금이나 국민 성금을 추가해도 새로 집을 짓기는 커녕 전셋집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주시현/경북 울진 산불 이재민]
″갈 데가 없어요. 갈 곳이 없단 말이에요. (그런데도) 이걸 가져가죠. 반납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결국 컨테이너라도 사야 하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보니, 길바닥에 나앉게 되지는 않을까 하루하루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김만식/동해 산불 이재민]
″여기다 임시로 어떻게 해 가지고 지내야지. 뭐 텐트라도 치고 살아야지.″
기후 변화로 대형 산불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개별 피해를 산정하는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
집과 터전을 잃고, 이제는 아예 밖으로 내몰릴지도 모를 위기에 놓인 2년 전 동해안 산불 이재민은 89세대 134명에 이릅니다.
″삶의 터전을 다 잃어버린 거잖아요. 소득이 어디서 나옵니까. 우리들은 뭘 먹고 살아야 돼요.″
현장검증, 조국현입니다.
영상취재 : 김승우 / 영상편집 : 허유빈 / 자료조사 : 여승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