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정한솔

"다른 경찰서로 가세요"‥4개월째 '뺑뺑이'

입력 | 2024-03-21 07:37   수정 | 2024-03-21 07:40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부동산 투자 사기로 전 재산을 날린 한 70대 노인이 밤새 손으로 쓴 진정서를 들고 서울경찰청 민원실을 찾았습니다.

집 근처 경찰서를 찾았다가 강남서로, 강남서에서 또 강서서로. 경찰서만 세 곳을 전전했지만 결국 고소장을 접수 못했다는데, 그 사이 사기범 일당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정한솔 기자입니다.

◀ 리포트 ▶

″2천만 원을 투자하면 두 달 동안 매일 60만 원을 주겠다″

이런 솔깃한 제안에 넘어간 78살 최 모 씨는 전재산이 다름없는 2천만 원을 넘겼습니다.

하지만 이자가 들어온 건 일주일 뿐, 일당은 바로 잠적해버렸습니다.

[최 모 씨/사기 피해자]
″솔직히 죽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나도 모르게 한 서너 번씩 나와요.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혼자 이렇게 고통을‥″

최 씨는 자신의 집 근처 부천 소사경찰서를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사기범들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경찰서로 가는 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안내대로 최 씨는 자필 고소장을 작년 11월 강남서에 접수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소를 취하하고 다른 경찰서로 가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최 모 씨/사기 피해자]
″′사정이 딱하고 급한 것 같은데 강남경찰서는 일이 엄청 밀려있다. 3개월 이상 걸린다.′ 그래서 ′참 고맙습니다.′ 인사를 했어요. 저를 생각해서 그렇게 알려주셔서…″

최 씨는 다시 사기범 주거지 관할인 이곳 강서경찰서에 고소장을 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뜻밖의 답의 돌아왔습니다.

″강남서에서 불송치 각하 결정, 즉 사건을 종결시켰다며 이의가 있다면 강남서에 가라″는 거였습니다.

결국 최 씨는 넉 달 새 경찰서 세 곳을 전전한 끝에 도로 강남서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확인해 보니, 강남서의 종결 사유는 ′고소인의 고소 취소′였습니다.

이걸 근거로 강서서도 사건을 종결해 버린 겁니다.

[강남경찰서 수사관-최 모 씨 (지난 14일)]
″내가 강서경찰서 고소를 했다니까요. 근데 안 된다 그러잖아요. <″자기들(강서서)이 안 받은 거지.>″

그 사이 박 씨 일당은 강남 사무실도 빼고 사라졌습니다.

처음 사건 처리가 적절했는지 취재진이 묻자 세 곳 경찰서는 저마다 고령의 민원인 편의를 위해 절차대로 안내했다고 답해왔습니다.

또 강남경찰서는 ″해당 사건을 신속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정한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