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덕영

베를린 소녀상 동트기 전 기습 철거‥"처형하듯 가져가"

입력 | 2025-10-17 20:08   수정 | 2025-10-1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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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독일에선 지난 5년간 베를린 한켠을 지켰던 소녀상이 오늘 아침 기습 철거됐습니다.

망을 보기 위해 독일 경찰들까지 동원됐는데, 목격자들은 마치 ″처형을 하듯″ 소녀상을 철거했다고 말했습니다.

베를린에서 이덕영 특파원입니다.

◀ 리포트 ▶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아침.

어둠 속에서 이삼십 명의 경찰들이 소녀상 ′아리′의 주위를 둘러쌉니다.

뒤이어 철거업체 직원들이 하얀 천을 씌우더니, 뿌리 뽑듯 들어내 트럭으로 옮겨 싣습니다.

철거에 걸린 시간은 단 15분.

마치 군사 작전을 벌이듯 신속하게 이뤄졌습니다.

[안나 회커/소녀상 인근 주민]
″동상 전체에 담요를 덮었는데 그 담요 때문에 소녀상이 처형이나 납치되는 것처럼 보였어요.″

소녀상이 설치돼 있던 자리입니다.

텅 빈 자리엔 뒤늦게 소식을 들은 지역 주민들이 가져온 꽃만 놓여 있습니다.

지난 2020년 9월 설치된 지 5년 만의 기습 철거.

어디로 데려가는 건지 알려주지도 않았습니다.

베를린 행정법원이 미테구청의 철거 결정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지 사흘 만입니다.

설치 직후부터 일본 정부와 지자체가 끊임없이 철거를 로비해왔고, 이에 미테구청은 설치 기한에 대한 규정까지 새로 만들어가며 철거를 관철시켰습니다.

소녀상을 세운 시민단체는 다른 공공부지를 찾아 다시 설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한정화/코리아협의회 대표]
″이렇게까지 폭력적으로 철거할 거는 상상하지 못했는데 임시로 세워둘 곳을 지금 모색하고 있고요. 장기적으로는 베를린에서 다른 구로 옮겨서…″

일단 미테구에서 철거될 경우 소녀상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바 있던 인근 스테글리츠구로 옮겨질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압박은 앞으로도 이어질 게 분명해, 어디를 가도 소녀상이 머물 터전은 불안한 상황입니다.

베를린에서 MBC뉴스 이덕영입니다.

영상취재: 류상희(베를린) / 영상편집: 박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