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조건희

참사 원인 "대나무 아닌 스티로폼"‥관리 부실 당국에 시민 분노

입력 | 2025-11-29 20:17   수정 | 2025-11-29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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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홍콩 아파트 화재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건물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가 지목됐었죠.

그런데 참사의 진짜 원인은 시공사가 창문 보호를 위해 붙여둔 ′스티로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 당국이 부실한 관리감독 문제를 감추려고 홍콩 전통의 대나무로 화살을 돌린 게 아니냐며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조건희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건물 외벽을 따라 시뻘건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습니다.

외벽에서 시작된 불은 삽시간에 아파트 전체를 집어삼켰습니다.

거센 불길이 덮치고 간 아파트 현장에 다시 가봤습니다.

녹색 안전망이 타 버린 자리에 대나무 비계가 아직 버티고 남아 있습니다.

땅으로 떨어진 비계들도 연결 매듭이 끊어졌을 뿐, 대나무 자체가 타버리진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참사의 불쏘시개로 지목됐던 대나무 비계가 사실은 근본 원인이 아니라는 반박이 나오고 있습니다.

[차우 시 킷/홍콩 건설산업노동조합 회장]
″대나무 비계에 불이 붙을 수는 있지만, 고의로 불을 지르지 않는 한 쉽게 발화하지는 않습니다.″

홍콩의 또 다른 아파트 단지.

참사가 발생한 아파트처럼 대나무 비계와 녹색 망을 친 채 보수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 대나무 비계는 홍콩 건축의 정체성이라 불립니다.

금속 비계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또 좁고 빽빽한 홍콩 도심에서 설치와 운반이 훨씬 쉽습니다.

작업자들은 대나무 비계가 안전하다고 말합니다.

[홍콩 공사장 인부]
″대나무 비계는 정부 표준에 부합하면 문제가 없습니다. <대나무는 쉽게 불에 안 타나요?> 이건 천연 자재라서 (잘 안 탑니다.)″

아파트 주민들에게도 불안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애플 찬/아파트 주민]
″여태 대나무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이곳은 안전 검사도 다 마쳤습니다.″

홍콩에선 실제 참사를 키운 원인은 시공사가 창문 유리를 보호하려고 부착한 ′스티로폼′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차우 시 킷/홍콩 건설산업노동조합 회장]
″(스티로폼으로) 유리 손상 방지에는 집중했지만 안전은 간과했습니다.″

당국의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습니다.

가연성 자재인 ′스티로폼′이 쓰이도록 방치한 건 물론, 대나무 비계 위에서 담배를 피웠고, 화재 아파트 8개 동 전체에서 화재경보기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홍콩인들은 정부가 미흡한 안전관리를 감추려고 전통의 대나무 비계에 책임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홍콩 시민]
″대나무는 안전하게 사용하면 괜찮습니다. 용도에 따라 목적을 맞추면 됩니다.″

홍콩 정부는 모두 11명의 시공업체 관계자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건희입니다.

영상취재: 이지호, 전인제 / 영상편집: 김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