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차주혁

흔들리는 파업 명분‥'고임금 정규직' 프레임에 갇힌 삼성 노조

입력 | 2026-05-04 20:11   수정 | 2026-05-04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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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특정 부문만의 이익 챙기기라는 냉소가 확산하고, 또 지도부의 잇따른 실책까지 드러나면서 삼성전자 노조는 안팎으로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는데요.

노조 스스로 파업의 명분을 깎아 먹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차주혁 노동전문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투쟁을 결의하면서 삼성전자 노조는 이재용 회장의 사진을 밟고 지나갔습니다.

조롱성 별칭까지 붙였습니다.

강력한 항의와 압박의 표시였습니다.

[최승호/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 (지난달 23일)]
″성과급 제도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배분율도 알 수 없이 그대로 있습니다. 성과급의 상한 폐지, 투명화, 제도화는 외면한 채 일회성 포상이라는 명목으로 교섭을 마무리하려 했습니다.″

문제는 다른 노동자들과의 연대입니다.

기성 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독립 기업노조로서 조합원들의 이해는 빠르게 대변했지만, 사내 비정규직이나 협력업체 직원 문제는 그동안 외면해 왔던 게 사실입니다.

노동현안에 대한 참여와 다른 노동자들과의 연대가 빠진 이 투쟁은 ′고임금 정규직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습니다.

[삼성전자 협력업체 직원 (음성변조)]
″저희 최저임금입니다. 연차에 상관없이 모두 다 저희 업체는 최저임금. 인센티브까지 똑같이 나눠 달라, 이런 것까지는 막 바라지도 않아요.″

지도부의 실책도 화를 키웠습니다. 

총파업을 앞두고 위원장이 해외 휴가를 다녀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대통령 발언의 화살을 엉뚱한 타사 노조로 돌렸다가 사과하는 등 미숙한 대응도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파업 불참자에 대한 차별을 예고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논란까지 불거지며 파업 명분은 더욱 깎여 나갔습니다.

[김종진/일하는시민연구소장]
″노조 활동에 참여·불참을 둘러싸고 노동조합 스스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은, 사실은 사용자들이 부당노동행위를 하는 것과 못지않게 노동조합이 해서는 안 될 잘못된 방식이라고 봅니다.″

파업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입니다.

권리의 무게만큼 책임 있는 설명도 요구받습니다.

파업의 명분과 공감대를 스스로 입증하지 못한다면, 과반 노조 첫 파업이라는 상징성은 공허한 세 과시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전인제, 독고명, 김승우 / 영상편집: 이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