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과 카페에서 퇴출 예정이던 플라스틱 빨대와 일회용 종이컵이 계속 허용된다.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 규제′의 계도 기간을 연장하고, 사용을 제한하기로 했던 종이컵도 전면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부담을 줄인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눈치 보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루아침에 정부 방침이 바뀌자 친환경제품 업체들은 도산 위기에 놓였다. 플라스틱 빨대 대신 공급하려고 했던 종이 빨대·쌀 빨대가 팔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꾸는데 정부 시책을 누가 지키겠습니까? 정부를 못 믿겠습니다. 누가 연구개발을 하겠습니까?″ (친환경 빨대 제조업체 관계자)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깨지면서, 친환경 제품 시장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환경부는 ′규제 합리화′ 명분을 들어 대규모 개발 사업의 빗장을 풀어주고 있다. 소규모 공항이 추진되는 흑산도 일부 지역이 국립공원에서 해제됐고, 제주 2공항과 가덕도 신공항 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도 통과됐다. 국립공원 설악산에선 오색 케이블카 사업도 착공됐다. 앞으로는 아예 ′환경영향평가′를 간소화하는 방안까지 추진되고 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한 선진국들은 앞다퉈 환경친화적 규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환경 정책 탓에 혼란이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로 지목한 태양광 산업은 급격히 위축돼 대기업까지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활용을 늘리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은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모든 부처가 산업부가 돼야 한다″는 대통령 주문 이후 환경부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스트레이트>는 윤석열 정부의 환경 정책과 기후 위기 대응 능력을 심층 취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