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신준명

[스트레이트] 1인 기획사‥"안 하면 바보"?

입력 | 2026-03-08 20:56   수정 | 2026-03-0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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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사? 부동산만 수천 평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21개 회원국 대표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귀빈 4백여 명이 참석한 환영 만찬의 사회자는 군 복무중인 한류스타 차은우 씨였습니다.

[차은우/배우]
″배우 차은우라고 합니다. 제가 진행자로서 이 자리에 서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환한 미소와 유창한 영어로 국가적 행사를 매끄럽게 진행해 내외신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석 달 뒤, 탈세 혐의가 적발돼 차씨가 국세청으로부터 거액의 세금을 추징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추징 규모는 2백여 억 원.

연예인 탈세 추징금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습니다.

주로 대기업 조사를 담당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투입됐다는 점때문에 탈세 규모와 혐의가 가볍지 않단 해석이 나왔습니다.

[김명규/변호사·회계사]
″(국세청이) 이미 상당한 혐의점을 포착하고 들어갔다고 보시면 되고 단순히 이제 세무회계상의 착오가 아니고 적극적인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들어갔다는 시그널로 보시면 됩니다.″

의혹이 커지면서 차씨는 SNS를 통해 깊이 반성한다고 사과하면서도, 국세청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대형 로펌을 선임해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차씨는 소속사로부터 정산금을 받을 때 차씨 개인이 아닌 1인 기획사 명의로 받으면서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1인 기획사가 있던 곳으로 가봤습니다.

강화도 해안도로 인근에 위치한 2층 건물, 앞에는 주차장이 널찍하게 펼쳐져 있고 입구엔 숯불장어구이 식당 간판이 남아있습니다.

현재 건물 내부는 모두 비어 있지만, 불과 몇 달 전까지 차은우 씨의 가족들이 운영하던 식당입니다.

차은우 씨가 직접 이 식당을 찾은 사진을 SNS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인근 주민]
″언제 한번 보니까 연예인이 뭐 단골로 오는 장어집 해갖고 이렇게 크게 뭐를 붙여놨더라고. 리모델링한다고 그래서 철거한 지는 한 6개월쯤 된 것 같은데…″

그냥 식당이었을 뿐, 그 어디에서도 연예 매니지먼트 기획사의 흔적을 볼 수 없지만, 이곳이 차씨 1인 기획사의 본점으로 등록돼 있었습니다.

[현직 세무사]
″세무조사를 나가게 되면 제일 먼저 확인을 하는 게 이 사업장 소재지와 이 사업장의 실체가 있는가를 제일 먼저 보는데요. 이게 실제 회사가 맞냐고 볼 수 있냐는 거죠.″

지난 2019년 설립된 주식회사 차스갤러리.

차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 법인 대표는 차씨의 어머니였고, 차씨와 동생이 사내 이사에, 아버지는 감사로 이름을 올린 전형적인 가족법인입니다.

차은우 씨와 같은 고소득자가 소속사로부터 개인명의로 수익을 정산받았을 경우 소득세는 지방세를 포함해 최대 49.5%.

반면 1인 회사, 즉 법인 명의로 정산받으면 수익규모에 따라 22에서 최대 27.5%의 법인세만 내면 됩니다.

대표적인 한류스타인 차씨는 연간 수입만 수백억 원에 달할 걸로 추정되는 만큼, 세율이 20%포인트 이상 낮아진다는 건 1년 세금만 수십억 원 가량 줄어든다는 걸 의미합니다.

여기에 수익금을 법인 유보금으로 쌓아놓거나, 연예인의 활동 경비, 직원으로 등록된 가족급여 등의 명목으로 처리하면, 세금 부담을 더욱 낮출 수 있습니다.

[유호림/강남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그 1인 기획사 회사의 비용으로 계속 차감을 해 나간다면 그 법인의 경우에도 훨씬 더 낮은 과세 소득이 만들어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세금을 납부할 금액도 적어지면서…″

이렇게 1인 회사를 통해 수익을 정산받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회사가 실질적인 연예기획사 업무를 하지 않는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했다면, 세율이 높은 소득세 대신 낮은 법인세를 내기 위한 것으로, 결국 소득세를 탈루한 걸로 봐야한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입니다.

[오미순/국세청 조사국 조사2과장(국회 정책간담회, 2월 27일)]
″국세청이 볼 때는 그 연예인이 연예 활동을 해서 벌어들인 출연료의 정산은 사실 연예인에게 귀속되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1인 기획사가 연예인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어떤 역할을 했다면 그 역할과 기능에 맞는 정도만 소득이 배분돼야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이트 취재 결과 지난 2020년 7월, 차씨의 1인 회사는 숯불장어 식당을 포함한 건물과 토지, 그리고 인근 임야까지 사들였습니다.

총 면적 1만 5천 제곱미터, 약 4천 5백 평 규모로, 매입금액은 17억 5천만 원이었고, 이중 8억 원은 법인 명의로 받은 대출이었습니다.

이 법인은 지난해 2월에도 식당 바로 앞 토지를 법인 명의로 11억 원에 구입했습니다.

축구장 3개 넓이에 달하는 부동산을 구입했지만, 연예기획사로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불분명합니다.

[인근 주민]
″사실은 이번에 리모델링한다고 해서 기대를 했었거든요. 낙수효과가 있는 거죠. 주차장 만들면서 그렇게 이제 막 공사 시작하려고 뜯고 나서 이게 이제 터진 거지.″

차스갤러리는 지난 2024년 9월 법인명을 디애니로 바꾸고, 법인 형태도 유한책임회사로 변경했습니다.

유한책임회사는 주식회사와 달리 외부 공시를 할 의무가 없어, 또 다른 부동산 투자를 했는지, 비용처리는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스트레이트는 차씨 가족법인의 실제 연예 기획사 업무수행 여부, 부동산 매입 경위 등을 묻기 위해 법인 등기상 업무 집행자를 찾아가봤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차은우 씨의 원 소속사 판타지오 측은 ″차씨의 모친이 연예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매니지먼트 업무 등을 수행해 왔다″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증빙들을 토대로 적법한 판단을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 신준명 기자 ▶

유명 연예인들이 1인 기획사를 만들어 활동하는 건, 이미 유행처럼 널리 퍼져있습니다.

살펴본 것처럼 일단 세금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하기 때문일 텐데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연예인들이 어떤 건물을 사서 얼마의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기사들, 온라인 상에서 자주 보셨을 겁니다.

부동산 매매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리는 데에도 역시 1인 기획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 ′법인′으로 건물 쇼핑‥′안 하면 바보′


서울 한남동의 대형 대학병원 인근, 소고기와 곰탕으로 유명한 식당입니다.

점심 시간, 식당은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한쪽 벽면엔 이곳을 찾았던 연예인들의 사인이 빼곡히 걸려 있습니다.

보통의 음식점과 다를 것 없지만, 이곳은 연예 기획사 분점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하지만 음식점 건물 어디에도 연예 기획사로 보이는 공간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 음식점을 주소지로 등록한 기획사는 지난 2015년 배우 이하늬 씨가 설립한 주식회사 하늬.

현재는 법인명을 바꾸고 미국 국적인 이씨의 남편 장모 씨가 대표이사를, 이하늬 씨가 사내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 음식점 사장]
″기획사에 대한 거는 맞긴 맞는데, 내가 뭐 정확하게 말씀을 내가 드리기가 좀 그러네요. <(이하늬 씨) 남편분이랑도 좀 아시는 사이신가요?>알죠. 나랑 되게 친하죠. 얼마나 또 잘하는데요.″

이 건물은 기획사가 법인 명의로 지난 2017년 11월 64억 5천만 원에 매입했습니다.

통상 120% 수준으로 설정하는 근저당 채권최고액이 42억 원인 것으로 미뤄, 매입가의 절반 이상인 35억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거래된 인근 토지단가로 봤을 때, 현 시세는 120억 원 수준, 8년여 만에 두 배 가량 올랐습니다.

연예 기획사로 등록된 곳에 왜 식당만 영업 중인지 묻기 위해 이 기획사의 본점에 찾아갔습니다.

이곳 역시 기획사임을 알리는 그 어떤 표식도 없었습니다.

[호프프로젝트 관계자 A]
″<호프프로젝트가 소유하시는 부동산 관련해서 좀 여쭤보고 싶은 건데…>좀 어려울 것 같아요.″

[호프프로젝트 관계자 B]
″<혹시 저희가 메일로 이렇게 질문을 좀 드릴 수 있는 창구가 없을까요?>없습니다. <없을까요?> 네, 없습니다.<그럼 저희는 기사에 그냥 ′입장은 없다′라고 넣어도 괜찮을까요?>마음대로 하세요.″

차은우 씨와 마찬가지로, 이하늬 씨 역시 1인 기획사를 통한 세금 탈루 혐의로 지난 2024년 60억 원 가량의 세금을 추징당했습니다.

1인 기획사를 이용해 세금을 줄이고, 서울 노른자 땅에 투자해 시세 차익을 노린 것 아니냔 의혹에 대해, 이 씨의 원 소속사 측은 ″해당 건물은 법인 본점 소재지, 복합 문화예술 공간 등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소유권 이전 절차가 지연되면서 기존 임차인의 임대차 계약이 유지됐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등기부등본상 소유권 이전이 완료된 건 지난 2020년으로, 지금까지 그냥 식당으로 임차하고 있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김명규/변호사·회계사]
″일단은 자산 축적 수단으로 볼 수도 있죠. 개발 호재나 지가 상승을 노린 이제 투자일 수는 있겠죠.″

소속사 측은 또 60억 원의 추징 세금에 대해선, 고지된 추가세액을 전액 납부했지만 과세당국의 해석에 동의하지 않아 현재 조세심판원에 불복절차를 제기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한 빌딩.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지난 2022년 150억 원에 거래됐습니다.

당시 매도인은 딥브리딩이라는 법인.

배우 류준열 씨가 사내이사, 류 씨의 어머니가 대표이사로 있던 가족법인이었습니다.

지난 2020년 58억 원에 구입해 기존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은 뒤 매각하면서 불과 2년여 만에 수십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구나 매입가의 80% 이상인 48억 원을 대출받았단 점을 감안하면, 류씨의 법인은 10억 원으로 강남에 고가의 빌딩을 산 셈입니다.

통상적으로 법인 명의로 상업용 건물을 구입할 때엔, 개인이 살 때보다 더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전 OO은행 지점장]
″(은행에서) 개인사업자는 평가를 해요. 근데 법인은 그걸 안 해도 돼요. 대출 이자도 법인의 손비(손실 및 비용)로 인정을 받거든요. 그런 분들 대부분 대출 80%까지 받으세요.″

빚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로 부를 키우는 방식.

배우 황정음 씨의 경우 가족법인 명의로 35억 원 가량을 대출받아 서울 신사동에 빌딩을 구입한 뒤, 3년 7개월 만에 되팔아 50억 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봤습니다.

배우 이병헌 씨도 지난 2018년 법인 명의로 서울 양평동 빌딩을 260억 원에 사면서 170억 원 가량을 대출받았는데, 3년여 만에 1백억 원대의 차익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씨는 2022년에도 서울 옥수동에 한 빌딩을 240억 원에 샀는데, 당시 대출액은 190억 원에 달했습니다.

대출도 상대적으로 쉽지만 대출 이자부터 빌딩 유지비 등을 법인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고, 건물을 팔아서 생긴 이익에 양도소득세를 낼 때도, 개인보다 낮은 법인세율이 적용됩니다.

이런 혜택들이 1인 기획사, 또는 가족회사를 이용한 연예인들의 재산 불리기에 이용되고 있는 겁니다.

[신승근/한국공학대 복지행정학과 교수]
″그런 유혹을 받는 거죠. 당연히 법인으로 해서 세금을 덜 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고 그 1인 법인을 만들려고 접근하는 그 최초의 유인이 세금을 덜 내겠다고 하다 보니까 이런 사례가 많이 발생하는 것…″

이 때문에 연예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1인 기획사를 만들지 않으면 바보란 얘기까지 나옵니다.

[☎ 연예계 관계자]
″안 하면 안 돼요. 안 하는 사람이 바보지. 잘 나가는 사람들 다 그렇게 하지 뭐. 나라에다 세금 안 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고.″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손쉽게 수십, 수백억 원씩 재산을 늘려가는 일부 연예인들의 모습은 서민들을 허탈하게 만듭니다.

[최혁재/40대 직장인]
″일반적인 사람들은 100억이라는 단어는 말도 안 되고요. 그냥 딴 세상 같아요. 저기 일론 머스크 같은 딴 세상 사람 같습니다.″


◀ 신준명 기자 ▶

현실이 이렇다 보니, 연예인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관리한다는 연예 기획사의 수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정부에 등록된 연예기획사 수는 휴업 중이거나 폐업한 곳을 제외하면 6,137곳.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집계한 국내 대중문화예술인 수가 1만 2천여 명인 걸 감안하면, 한 기획사 당 평균 2명만 속해 있는 셈입니다.

말 그대로 연예기획사가 난립하고 있는 건데, 과연 업무를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직접 가봤습니다.


■ ′우후죽순′ 기획사‥직접 가봤더니


지난해 8월 기준, 정부에 대중문화예술기획업으로 등록한 연예 기획사 중 정상 영업을 하고 있다는 5천 7백 곳을 지도에 표기해봤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대다수가 밀집해 있지만, 산간 지역과 해안가, 그리고 인구가 많지 않은 도서 지역 가릴 것 없이 곳곳에 등록돼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의 경우 전체의 30%에 달하는 1,760개의 기획사가 거의 한 건물 건너 한 건물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획사 29곳의 주소지로 등록돼 있는 강남구의 한 빌딩.

병원과 약국, 음식점 등이 있는 상가와 오피스텔로 구성된 22층 건물인데, 연예기획사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A 건물 관리인]
″<혹시 이 건물에 기획사가 있어요? 연예인 기획사 이런 거.> 없어요.<29개 정도의 연예인 기획사가 등록된 건물이길래 와봤는데‥> 없어요.″

기획사 24곳이 주소지로 등록된 주변의 다른 빌딩도 확인해 봤습니다.

개별 사무실이 아닌 공유 오피스 형태였는데, 실제 기획사들이 입주해 사용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공유오피스 관계자]
″<기획사로 등록된 주소지가 여기로 24곳이 돼 있어서.>저희가 공문 같은 거 받지 않으면 제공할 의무가 없어서. <몇 호실이나 이런 게 안 나와 있어서 한번 여쭤보러 왔거든요.>입주 여부 같은 거는 (안내해 드리지 않습니다.)″

또 다른 오피스텔.

이 오피스텔 사무실을 주소지로 등록한 기획사가 여럿이지만, 실제론 비어 있거나 등록된 대표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인이 사네요? (기획사) 대표는 김OO 씨가 계셔야 되는데…″

서울 압구정동으로 등록한 기획사들 여러 곳을 찾아가봤지만 해당 주소지에 없는 곳이 많았습니다.

[B 건물 관리인]
″<혹시 이 건물에 OOO네이션이라는 회사가 있나요?> 없어요.″

[C 건물 입주자]
″<OOO컴퍼니라고 있습니까?> 아니요. 저희 처음 듣는…″

주소지만 등록한 채 실제론 사무실도 없이 연예 기획사 업무는 하지 않는 페이퍼 컴퍼니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페이퍼 컴퍼니가 맞다면, 세금 탈루나 부동산 투자 목적일 가능성 역시 높아집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실태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문화 연예사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8년 ′4년 이상 관련 업종에 종사해야 한다′는 연예기획사 등록 요건을 ′2년 이상′으로 완화하고, 종사 경력이 없더라도 40시간의 지정 교육 이수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등록신청서엔 인적 사항과 사무소 주소지 정도만 작성하면 그만이었습니다.

실제로 연예 기획 업무를 하고 있는지, 소속 연예인은 누구이고, 직원은 얼마나 있는지 등은 적을 필요가 없다 보니, 주무부처는 기본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유미/문화체육관광부 대중문화산업과장(국회 정책간담회, 2월 27일)]
″실질 행위를 하고 있느냐 아니면 혹은 종사자 그러니까 소속 종사자 직원이 뭐 1인 이상에서 몇 명까지 돼 있느냐 이런 부분들이 등록 요건이 아니다 보니까 기본적인 현황 부분이 일단 집계가 잘 안되고 있는 부분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차은우, 이하늬, 류준열, 황정음 씨 등이 정식으로 대중문화예술기획 업체로 등록한 건, 자신들의 1인 기획사를 설립하고 적게는 3년, 길게는 13년이 지난 뒤였습니다.

지정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업체가 10~40%가량 됐지만, 과태료가 부과된 적도 없고, 등록 취소나 영업 정지 처분을 받은 곳도 없었습니다.

국세청은 실질적인 연예인 지원활동이 없다면, 1인 기획사를 법인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오미순/국세청 조사국 조사2과장(국회 정책간담회, 2월 27일)]
″연예인의 활동은 연예인 그 자체만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어떤 누구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법인이 대체해 줄 수 없습니다.″

최근 5년간 매년 20개 안팎의 연예기획사를 조사해 39억 원에서 최대 300억 원가량의 세금을 추징했지만 탈세, 부동산 투자 목적의 1인 기획사를 모두 적발해 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렇다 보니 각종 탈법과 편법이 난무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입니다.

[☎ 연예계 관계자]
″제대로 신고하는 가수나 연예인 100명이면 한 명도 없을 거예요. 보통 다 법인이라 할지라도 가족 관련, 다 자기 부인, 동생 막 이런 식으로 이렇게 주주가 돼 있을 거예요. 어디나.″

최근엔 고수익을 올리는 유튜버들까지 1인 회사를 세워 탈세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유호림/강남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사업 목적에 부합하게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사업의 주체로서 활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이익들이 특수 관계자에게 불법·편법적으로 분여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까지도 세법 규정을 조금 더 명확하게…″

개인이 아닌 법인, 즉 회사에 세금은 물론 각종 비용처리 혜택을 주는 이유는 경제활동을 촉진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법의 취지가 더 이상 특정 개인의 재산 불리기에 악용되는 일이 없도록, 연예기획사 설립요건은 물론 운영실태에 대한 관리감독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윤지현/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기심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를 만들어 놓고 그 사람을 개인적으로 비난하는 방향보다는 처음부터 그 소득을 법인의 소득으로 보지 않고 그 개인의 소득으로 봐서 소득세제를 적용을 한다면 그런 불공평을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