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박진주

[World Now] 최측근의 '내기도박'…日 아베 지지율 추락의 끝은?

입력 | 2020-05-21 15:58   수정 | 2020-05-21 16:10
아베 최측근 고검장 기자들과 내기도박

구로카와 히로무 도쿄고검 검사장이 오늘(21일)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구로카와 검사장은 사실상 차기 검찰총장 내정자로, 일본에서는 아베 총리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어제, 일본의 한 주간지가 내기 마작을 했다고 보도하면서 코로나 긴급 사태 선언 와중에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 한 처신이라는 비판과 사퇴 압박이 거세졌습니다.

구로카와 검사장은 주변에 이미 사임 의사를 밝혔으며, 이르면 오늘 중 자진사퇴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週間文春)′ 보도에 따르면 구로카와 도쿄고검 검사장이 지난 1일, 산케이신문 기자의 자택에서 도박의 일종인 ′내기 마작′을 했습니다.

내기 마작에 동참한 이들은 산케이 신문 사회부 소속 기자 2명과 아사히신문의 전 검찰담당 기자 1명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내기 마작을 위해 모임을 가진 날은 5월 1일, 공교롭게도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stay home′ 주간을 설정해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날이었습니다.

아베 총리도 사람과의 접촉을 80% 줄여달라고 호소했던 시점이기도 했습니다.
″저녁 7시 반부터 시작된 마작은 다음날 새벽 2시까지 6시간 넘게 이어졌다″

″검사장은 기자들과 내기 마작을 즐긴 후, 산케이신문이 마련한 고급택시 ′하이어′로 귀가했다″

″산케이 기자 집에서 나오는 구로카와 검사장,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구로카와 검사장은 지난 13일에도 기자들과 새벽까지 도박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케이신문 관계자는 평소 친분이 있는 기자 집에서 접대성 내기 도박을 주기적으로 해왔다고 폭로했다고 해당 주간지는 덧붙였습니다.

구로카와 검사장은 법무성 조사에서 마작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습니다.

내기 도박 사실을 폭로한 주간지는 이번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해석을 내렸습니다.

″국가 공무원이 회사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 인물(기자)로부터 사회 통념상 상당한 것으로 인정될 정도를 넘어서서 접대나 재산 상의 이익 공여를 받을 경우, 국가공무원 윤리 규정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

도박인 내기 마작은 형법상 금지 돼 있기 때문에 법령을 준수해야한다는 국가공무원법 98조 위반에 해당 돼 면직 처분될 수 있다.″

고위 공직자임가 긴급 사태 와중에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긴데다, 도박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속보로 전했습니다.
하필 구로카와 검사장이…난감해진 아베

구로카와 검사장은 아베 정권과 가까운 인물로 알려져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월 정년 퇴직이 예정돼 있던 구로카와 검사장의 정년을 6개월 연장하는 유례없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것도 모자라 검찰 간부 정년을 최대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는 검찰청법 개정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아베 총리의 행보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이른바 ′벚꽃 모임 스캔들′ 등을 둘러싸고 자신에 대한 고발이 이어지자 평소 친분이 두터운 구로카와를 검찰총장에 임명하기 위해서란 거센 비판이 나왔습니다.

노부오 현 검사총장이 오는 8월, 임기 2년을 마치고 물러나면 사실상 구로카와 검사장을, 차기 검사총장으로 내정하기 위한 꼼수라는 겁니다.

검경 유착? 기자들은 처벌받을까?

본사 기자가 고검장과의 내기 도박에 참가한 사실이 알려진 후, 아사히신문 측은 ″업무 시간 외에 이뤄진 개인 행동에 대해 자세히 답변하기는 어렵지만 사실이라면 불필요한 외출 자제를 요청한 상황에서의 부적절한 행위로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또, ″돈을 걸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조사해 적절히 대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대표적 우익 언론인 산케이신문은 편집국장 명의 입장문을 내고 ″해당 주간지로부터 내기 마작 의혹 사실을 확인하는 문의를 받았다″면서도 ″취재원 보호는 보도기관의 무거운 책무″라면서 사실상 답변을 피했습니다.
급락한 아베 지지율…더 떨어질까?

아베 총리는 오전 기자들과 만나 ″법무성에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고 아직 어떤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지 언론들은 ″구로카와 검사장은 아베 정권이 검찰 길들이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검찰청법 개정을 추진한 계기를 제공한 핵심 인물이도박 논란으로 낙마할 위기에 처했다″며, 그의 사퇴를 기정 사실화했습니다.

구로카와 검사장이 내기 마작 논란으로 사임하게 될 경우, 아베 총리의 인사 책임론과 함께 정치적 구심력도 한층 더 약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아사히 여론조사에서 검찰청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64%에 달했습니다.

또, 아베 총리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도력을 발휘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57%로 나타났습니다.

거센 반대여론에 밀려 아베 총리는 결국 검찰청법 개정안 표결을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비판 여론과 지지율 하락까지 불사하며 추진해왔던 아베의 구로카와 검사장 지키기는 생각없는 내기 도박 한 판에 부질없는 노력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