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팀 쿡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전체 메일에서 ″우리는 플로이드의 죽음이나 오랜 인종차별의 역사로 인한 두려움, 상처, 분노를 직시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애플 직원 1명이 인권 단체에 기부할 때마다 회사 차원에서 2명에 해당하는 비용을 추가로 기부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도 ″분노와 애통함,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당신 뿐만이 아닙니다″라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렸고, 직원이 인권단체에 기부하는 금액에 맞춰 최대 1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1200만원까지 더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사회 문제에 대해 좀처럼 의견을 내놓지 않던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인종 차별과 차별적인 폭력 때문에 흑인 사회가 겪는 고통, 트라우마는 그 유래가 깊다″며, 흑인 인권 문제 전문 기자인 세네카 골딩의 에세이를 읽어보라고 추천했습니다.
′CEO 행동주의′의 시대?
이런 기업들의 행동을 업계에서 부르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CEO 행동주의(CEO activism)인데요.
인종차별이나 기후변화, 소득 불평등, 동성 결혼, 이민자 처우를 비롯해 논란이 되는 사회적 쟁점에 대해 CEO나 창업자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히는 걸 말합니다.
과거엔 자칫 민감한 문제에 대해 잘못 얘기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 경영계에선 금기시된 행동이었는데요.
최근 기업들이 내놓은 시위 지지 발언들은 SNS를 타고 빠르게 공유되면서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건 18세-35세 사이의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젊은 미국인일수록 기업의 사회 참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이 있기 때문에 사회 문제를 해결할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CEO의 행동주의…진심일까?
하지만 이런 CEO 행동주의가 항상 호의적인 반응 만을 이끌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2018년 미국에서 한 리서치 회사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8%는 CEO가 사회적 이슈 관련 공개적으로 의사를 밝히는 것에 대해 호의를 갖고 있었지만, 43%는 반대 의견을 표했습니다.
또 이런 행동을 하는 CEO의 의도에 의구심을 갖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응답자의 36%는 CEO 행동주의가 다분히 언론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고 봤고, 21%는 CEO 개인의 명성관리를 위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단 14%만이 사회를 위한 정의로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냉탕과 온탕 오간 페이스북과 트위터
하지만 이번 미국 시위에서 만큼은 적극적 입장 표명을 하는게 이로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된다′라는 게시글을 올려 시위에 기름을 부었는데요.
트위터측은 이 글이 팩트체크가 필요하다며 ′경고 라벨′을 붙였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은 트위터와는 상반된 행보를 보였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글을 그냥 내버려 두기로 한 결정이 옳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언론의 자유를 지지하는 페이스북의 원칙과 정책에 따르면 제재를 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저커버그의 이런 입장에 반발한 직원들은 온라인 프로필에 ′부재중′이라는 메시지를 띄우는 방식으로 온라인 파업을 벌였습니다.
저커버그 부부가 설립한 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과학자들도 저커버그에게 편지를 보내 ″우리는 세상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데 헌신한다″며 ″잘못된 정보와 분열의 언어가 퍼지는 것은 이런 목적에 배치되고 따라서 우리는 페이스북의 조치를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저커버그는 현지시간으로 5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사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대원칙 아래서도 인종적 정의와 유권자 참여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내부 규정을 수정한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도 트위터처럼 문제가 되는 게시물에는 경고 표시를 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회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이에 걸맞는 행동까지..이 시대, 기업과 CEO들이 해야할 일이 많아진 만큼 이들의 진심까지 꿰뚫어봐야하는 소비자의 역할 역시 쉽지 않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