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조국현

2000년 대선 '오보 악몽'에 승자 예측 신중한 미 언론

입력 | 2020-11-08 06:59   수정 | 2020-11-08 07:08
미국 대선 개표가 현지시간 7일 닷새째로 접어들었지만 미국 언론은 승자 예측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핵심 승부처에서 박빙 대결을 이어가고 있어 언론들은 섣불리 특정 후보의 승리를 선언하지 못하고 개표 추이를 지켜보는 모습입니다.

미국 언론이 대선 결과 예측에서 신중을 기하는 이유는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맞붙은 2000년 대선 보도의 ′오보 악몽′과 맞닿아 있습니다.

당시 언론은 플로리다 주에 대해 개표 초반 고어 우세를 예측했다가 경합 지역으로 변경한 뒤, 나중엔 ′부시 당선′ 속보를 쏟아냈습니다.

플로리다가 두 후보의 당락을 결정할 핵심 승부처였다는 점에서 고어 후보는 언론 보도만 믿고 부시 후보에게 패배를 인정하는 전화를 걸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언론의 예측과 달리 막바지까지 초접전 양상으로 보이자, 고어 후보는 한 시간 뒤 다시 전화를 걸어 패배 인정을 취소했습니다.

결국 부시 후보가 플로리다에서 1700여표 차로 이겼지만 격차가 0.5%포인트 이내일 경우 재검표에 들어가는 주법에 따라 ′부시 승리′는 보류됐습니다.

이후 재검표를 둘러싼 법정공방 끝에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있고서야 부시 후보의 대선 승리로 마감하는 우여곡절을 거쳤습니다.

이번 대선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간 초접전 승부가 벌어지다 보니 언론들로선 2000년의 기억을 떨쳐내지 못하는 셈입니다.

CNN의 한 앵커는 개표방송 도중 ″새 대통령이 누군지를 빨리 알고 싶어하는 유권자의 희망을 알고 있다″면서도 2000년 대선보도 사례를 소개하며 ″신속보다는 정확성이 우선″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