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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Now] 탈레반에 허 찔린 미국? 대사관 감축하며 미군 재배치

입력 | 2021-08-13 12:27   수정 | 2021-08-13 17:22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빠른 속도로 장악해 가는 가운데, 미국이 아프간 주재 대사관의 직원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현지시간 12일 브리핑에서 ″탈레반과 교전 속도가 빨라지고 그 결과 아프간의 폭력과 불안정성이 커져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포기도 대피도 아니라지만…미국, 아프간 대사관 감축</strong>

그러면서 몇 주 안에 대사관 직원을 핵심 외교 인력 수준으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프라이스 대변인은 인력 축소에 대해 ″포기도, 대피도, 대규모 철수도 아니다″라며 ″결코 아프간 국민을 버리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우리 대사관은 열려 있고 외교 임무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은 이달 말 완료를 목표로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를 진행하고 있는데 탈레반이 급속도로 세력을 넓히며 아프간 정부를 궁지로 내몰고 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탈레반, 아프간 2·3대 도시 연이어 장악</strong>

AP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다음으로 꼽히는 주요 대도시인 칸다하르와 헤라트를 연이어 장악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 관계자는 ″칸다하르가 12일 밤 넘어갔다″면서 ″정부 인사들과 수행단은 가까스로 공항을 통해 탈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칸다하르 함락 소식이 전해지기 전 또 다른 정부 안보 소식통은 탈레반이 헤라트를 장악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 도시는 각각 아프가니스탄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 규모의 도시로 칸다하르주와 헤라트주의 주도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34개 주도 중 12개 장악…수도 카불 풍전등화</strong>

이로써 아프가니스탄 34개 주도 중 12개가 탈레반 수중에 넘어갔다고 AP통신이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한 당국자는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미군이 지금은 90일 안에 수도가 함락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하는 등 탈레반의 카불 함락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에 미국 국방부는 대사관 직원을 안전하게 이동시키기 위해 3천 명의 미군을 일시적으로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공항을 포함해 미국 외교관의 안전을 위해 남아 있던 650명의 미군과 합류합니다.

또 노스캐롤라이나의 포트 브래그에서 3천500명에서 4천 명의 육군 연대가 다음 주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 지원군으로 쿠웨이트에 배치됩니다.

1천 명의 육군과 공군 요원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는 아프간전 와중에 미군을 도운 아프간 현지인들의 비자 신청을 돕기 위해 카타르로 갈 예정입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이런 움직임이 대사관 직원 감축 작전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 탈레반과 전쟁에 다시 관여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블룸버그 ″탈레반에 허 찔린 것″</strong>

블룸버그통신은 주둔 미군을 철수하는 와중에 미국이 탈레반에게 심하게 허를 찔렸다면서 대사관 직원 감축에 대해 카불이 곧 탈레반에 함락될지 모른다는 미국 행정부의 생각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또 미국이 대사관의 안전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외교 업무를 공항으로 옮길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이라며 실제 이를 검토했다는 소식통의 발언도 전했습니다.

앞서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관은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아프간 내 미국 시민들에게 활용 가능한 상업 항공편을 이용해 즉시 아프간을 떠날 것을 촉구했습니다.

미국 대사관은 ″안보 여건과 줄어든 인력을 고려할 때 아프간에서 미국 시민을 지원할 대사관의 능력은 카불 내에서조차 극도로 제한돼 있다″고 전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유엔 ″시가전 발생 땐 민간인 재앙″ 우려</strong>

아프가니스탄의 내전이 격화하며 민간인 참사 우려가 커지자 국제사회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카불 같은 대도시에서 시가전이 터지면 민간인에게 재앙 같은 충격이 있을 것″이라며 ″유엔은 이런 사태가 생기지 않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엔은 올 들어 6월까지 아프간에서 사상한 민간인이 5천183명이라며 39%를 탈레반, 23%를 아프간 정부군의 책임으로 집계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미·중·EU ″무력집권 땐 정권 인정 않겠다″</strong>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 등의 외교관들은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회의를 열어 평화 정착 프로세스를 서두르자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각국 대표는 아프간 정부, 탈레반 대표와 회담한 뒤 성명을 통해 ″군사력을 써 수립하는 정부는 인정하지 않겠다″고 재확인했습니다.

이들은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에 폭력을 멈추고 가능한 한 빨리 정치적 합의, 포괄적 휴전에 이르도록 조치하라고 촉구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탈레반 재집권 공포 속 ′국제 왕따′ 경고</strong>

유럽 27개국을 대변하는 EU는 따로 성명을 내 탈레반이 폭력으로 집권하면 국제사회가 그 정권을 따돌릴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무력으로 권력을 잡고 이슬람 토후국을 재건한다면 탈레반은 인정받지 못하고 고립된 채 국제지원을 받지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탈레반은 미국을 겨냥한 2001년 9·11테러 뒤 범행 배후인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미국 요구를 거부했다가 미국으로부터 침공을 당해 정권을 잃었습니다.

탈레반은 집권기에 이슬람 경전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극단주의 교리를 토대로 민간인들을 폭압적으로 통치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