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양소연
미성년 성범죄 피해자도 법정에서 직접 진술해야만 증언의 효력을 인정하도록 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두고, 현직 법조인들이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여성변호사회는 오늘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회관에서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임수희 수원지법 안산지원 부장판사는 ″위헌으로 결정된 조항은 2010년 처음 제정됐고 이미 2013년 헌재는 이 조항을 합헌으로 결정한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어떤 완충, 보완 장치도 없이 아동의 인권 보호가 후퇴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신수경 여성변호사회 아동청소년지원특별위원회 부위원장도 ″미성년 피해자는 증언 중 사건을 회상하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불안과 두려움, 우울감 등을 느껴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유도되거나 오염된 진술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어렵게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법무부 형사법제과장인 문지선 부장검사 역시 ″헌재는 대안으로 증거보전 절차를 제시했지만 이 경우에도 피해자가 수사기관 진술 이후 다시 법정 증언을 할 수밖에 없어 진술을 반복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오늘 토론회에 나온 전문가들은 2차 피해를 막고 재판에서 실체적인 진실을 파악하기 위한 증인신문 가이드라인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신문을 제한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헌재는 지난해 12월 23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가운데 19세 미만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진술을 촬영한 동영상의 증거 효력을 인정한 조항에 대해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조사에 동석한 조력인이 인정하면 진술 동영상을 증거로 쓸 수 있어 미성년 피해자가 법정에 나오지 않아도 됐지만 헌재의 결정으로 미성년자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 직접 증언해야 하는 일이 불가피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