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조희형

[World Now] 미·러, 中 웨이보에서 치열한 여론전‥'총성 없는 전쟁'

입력 | 2022-03-18 15:41   수정 | 2022-03-18 16:47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中 웨이보에서 펼쳐진 미국과 러시아의 SNS 전쟁</strong>

시작은 미국이었습니다. 지난 16일 중국의 SNS 웨이보에 주중미국대사관은 러시아를 비난하는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주중미국대사관은 ″러시아는 국가가 통제하는 매체를 이용해 시청자들에게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허위소식을 퍼뜨리고 있다″며 ″크렘린궁이 각종 제재로 러시아의 독립 언론과 외신 등에 대해 운영을 중단시켰다″고 썼습니다.
주중러시아대사관도 반격에 나섰습니다. 다음날인 17일, 러시아대사관은 미국대사관의 웨이보 게시물을 리트윗하며 ″미국과 캐나다, EU는 러시아 국영언론 RT(러시아투데이)를 방송망에서 삭제하고 애플과 구글은 RT와 스푸트니크 통신사의 앱다운로드를 금지시켰다″면서 서방을 비난했습니다. 이어 ″서방의 러시아 매체에 대한 공격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며 ″언론의 자유, 정보의 자유와 관련해 당신들은 무슨 할 말이 있냐″고 쏘아붙였습니다.
중국의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7일 웨이보의 누리꾼 반응을 인용해 ″미국의 미디어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이 중국이라고 주장하고, 자국의 이익에 맞지 않는 목소리는 차단한다″며 ″다른 나라를 비난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SNS 공간에서 벌어진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여론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를 두고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라고 설명했습니다. 공공외교는 외국 국민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자국의 가치 등에 대해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걸 말하는 데요. 이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공감 받기 어려운 중국에서 미국이 중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선전 활동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총성 없는 전쟁‥여론전의 승자는? </strong>

실제로 중국의 웨이보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비극보다는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 서방 국가를 비판하는 게시물이 더 많이 올라옵니다. 앞서 웨이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한다거나, 우크라이나 젊은 여성들을 중국으로 보내달라는 등 성희롱성 게시물이 올라자 게시물과 계정을 차단하는 등 정화 활동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오늘(18일)도 웨이보에서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아파트 지하에 대리모들이 출산한 신생아들이 누워있는 사진이 화제가 됐습니다. 지난 16일 영국 데일리메일은 입양을 신청한 두 부부만이 아이들을 데려갔으며, 세계 각지에서 부모들이 아이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이에게 연락도 못하는 가정도 많다고 보도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2000년부터 대리모 산업을 합법화 했습니다. 웨이보에서는 해당 내용이 공유되면서 우크라이나를 ″유럽의 자궁″이라 부르며 ″(나라가) 약하면 노예가 된다″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여기서 대리모 산업의 정당성을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중국의 SNS에선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참상보다는 이런 게시물들이 더 많습니다.
중국의 SNS 위챗 계정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푸틴이 어린아이의 손을 잡아주는 영상을 공유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는 영상,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서 피해만 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처지를 조롱하는 영상, 러시아 사람들이 중국어로 ″우리는 중국을 사랑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는 영상 등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미국도 질세라 SNS를 적극 동원하기 시작했습니다. 백악관은 지난 10일 틱톡의 인플루언서 30명을 대상으로 화상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전황을 브리핑하기도 했습니다. 이재국 교수는 ″민주주의 진영에선 민영 기업 소유의 형태로 SNS가 존재하고, 권위주의 중국에선 당국의 검열을 받는다″면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지만 선전이나 여론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선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SNS가 그만큼 중요한 미디어가 됐습니다.

글로벌 SNS 기업들도 현대 전쟁에서 중요한 주체가 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앞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구글의 유튜브는 러시아 국영매체 연관 채널을 차단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가진 기업 메타는 러시아인에 대한 폭력 행사를 촉구하는 게시물을 허용했습니다. 그러자 러시아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접속을 차단했습니다. 이 때문에 하루 만에 자신의 팔로워를 잃게 된 러시아의 인플루언서가 엉엉 우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죠. 가히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a href=″https://imnews.imbc.com/original/mbig/6349744_29041.html″>▶ [엠빅뉴스] ′인스타그램 차단′에 폭풍 오열한 러 인플루언서들 영상 보기</a>

미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러시아의 주장.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이고 있는 살상을 고려하면 러시아의 통제를 받는 언론의 주장은 허용할 수 없다는 미국. 중국 누리꾼들을 비롯한 세계의 시민들은 누구에게 더 공감하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