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홍의표

미해결 사건 이렇게나 많은데‥'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 활동 연장될까

입력 | 2023-08-03 09:04   수정 | 2023-08-03 09:10
사례 1. 1994년 7월, 혹서기 훈련 중 망인이 열사병 증상을 호소하며 쓰러지자, 이를 훈련 거부로 여긴 상급자는 망인을 가혹하게 폭행했고 내무반에 누워있는 상황에서도 밖으로 불러내 구타를 하면서 망인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방치해 사망에 이르렀음에도, 구타·가혹 행위가 있었음을 은폐하고 유족에게 사과나 피해 배상을 한 사실이 없음을 밝혀 진상규명하였음.

사례 2. 1984년, 평소 선임병들로부터 지속적으로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고 사망 당일에도 선임병으로부터 곡괭이 자루로 심하게 구타당하는 등 일상적인 병영비리를 견디다 못해 자해 사망했음에도, 헌병대는 부대적 요인에 대한 수사는 하지 않은 채 일부 지휘관들의 진술만을 근거로 망인의 사망을 개인적인 부대 부적응으로 돌려 사건을 은폐하려 했음을 밝혀 진상규명하였음.

위 사건들은 대통령소속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가 진실을 밝혀냈다고 공개한 사례입니다. 군에서 발생한 의문사 가운데, 지난 2018년 9월부터 5년 동안 위원회가 접수한 사건은 모두 1,853건입니다. 이 가운데 조사를 거친 건 1,840건이지만, 진실이 규명됐다고 공식 확인한 건 1,180건, 63%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18년 9월 14일 출범한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가 어느덧 다음 달 13일이면 활동을 마감할 예정인 가운데, 위원회 측은 어제 기자간담회를 열어 활동 기간을 연장해 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우선 송기춘 위원장은 ″군에 복무하다 돌아가셨는데, 사망의 형식과 내용 등에 비춰 예우를 제대로 받지 못한 분이 3만 9천 명에 이르는 게 현실″이라며 ″이분들에 대한 예우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위원회 활동을 중단하는 것이 옳은지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군 복무 중 사망했지만 순직자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이 3만 9천 명에 달하는 만큼, 추가 조사를 위해선 위원회 활동이 연장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입니다.

위원회의 활동이 연장되려면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위원회 조사 기간을 최대 5년까지 연장하자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다음달까지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활동 연장을 위한 절차가 지연된 것과 관련해 송기춘 위원장은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께서 취임하시고 각종 위원회에 대해 기간이 만료하면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셨기 때문에 다른 입장을 표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의 압박은 없었다면서도, ′활동 기간 연장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라고도 송 위원장은 덧붙였습니다.

′영웅의 희생′을 강조하며 예우를 갖추자는 현 정부의 기조와 독립적인 진상규명 기구의 활동이 서로 배치되지 않는다고도 송 위원장은 강조했습니다. 그는 ″국가를 위해서 군 복무를 하다가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예우의 문제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며 진상규명 활동이 특정 이념에 따라 이뤄지는 걸로 여겨지는 게 안타깝다고 전했습니다.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는 다음 달 활동 종료를 전후해 군 사망사고 조사제도 등과 관련한 개선안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낼 계획입니다. 위원회 활동이 종료되면 군 사망사고에 대한 조사 활동은 국방부 소속 전사망민원조사단과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 등이 맡아 수행하게 됩니다. 다만 군 자체의 조사를 유족이 온전히 신뢰할 수 있을지, 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군인권보호관이 군에서 발생하는 석연치 않은 죽음의 진실을 모두 밝혀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