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안 처리를 앞두고 자진 사퇴한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후임으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명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재임 당시 BBK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했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역임한 ′특수통′ 검사 출신입니다.
대검 중수부장 시절엔 윤 대통령의 직속 상관이기도 했습니다.
′이동관 낙마′ 닷새 만에 방송통신 경력이 전혀 없는 검사 출신 현직 권익위원장을 후임자로 발탁한 겁니다.
대통령실은 김 후보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대한 확고한 소신, 균형 감각으로 방통위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민주당은 ″김홍일 권익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필두로 한 검찰판 하나회의 선배″라며 ″5공 신군부가 정치군인들로 국가 요직을 독식했듯 대통령이 임명하는 모든 자리에 특수통 검사들로 채우려 하냐″고 비판했습니다.
[권칠승/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내가 모르는 사람이어도 좋다더니, 결국 도로 검사입니까?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출신 말고는 등용할 인재가 없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방송 장악의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선언에 불과합니다.″
정의당도 ″보은 인사로 권익위원장에 꽂은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인사를 ′방송장악의 선봉장′으로 쓸 요량으로 방통위원장에 꽂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전국언론노조도 성명을 내고 ″언론장악 기술자도 모자라 이젠 언론 말살 칼잡이인가″라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언론탄압과 방송장악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윤석열 정권의 시대착오적 광기″라고 반발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방송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방통위 정상화가 시급하다″며 ″이번만큼은 민주당에 대승적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김 후보자 지명을 환영했습니다.
[김예령/국민의힘 대변인]
″산적한 현안과 총선을 앞둔 상황 속에서도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의 기본인 공정성과 독립성,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한 중차대한 업무가 주어진 방송통신위원장의 자리를 무한정 공석으로 두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선 우려도 나왔습니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방통위원장 청문회를 해야 하는 과방위원으로서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며 ″검사 출신 방통위원장이라는 면에서 ′언론장악′ 프레임만 강화될 것이고,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나타난 엄중한 민심을 외면하는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이준석 전 대표도 ″대통령과 철학을 공유하는 언론인이나 방송 관계자 출신이 이제 단 한 명도 없는 것이냐″며 ″아니면 방통위원장 업무를 중수부장 출신 검사가 수사하듯이 해야 한다는 새로운 철학이냐″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