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저녁 서울 중구에서 계단형 옹벽 바로 옆에 차를 세워 뒀던 A씨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자신을 ′길고양이 밥 주는 사람′이라고 밝힌 한 여성이었습니다.
이 여성은 A씨에게 ′차 유리가 깨져 있어 연락드린다′며 말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A씨/파손 차량 차주(음성변조)]
″고양이 밥을 주려고 (옹벽) 위에서 보니까 차 유리가 깨져 있어서 일부러 알려주려고 전화를 하시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수고스럽게까지 연락을 주신 점에 대해서 너무 감사해서… 커피 쿠폰이라도 하나 보내 드려야 되겠다라고 생각도 했었죠.″
이 여성은 ″고양이들끼리 싸우다가 옹벽 위에서 돌을 떨어뜨린 것 같다″며 ″근처에서 커다란 돌이 하나 발견됐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선의로 알려준 여성에 대한 고마움을 안고 주차된 곳으로 달려간 A씨.
그런데 예상 밖의 상황에 놀랐습니다.
고양이들이 돌을 떨어뜨려 부서진 것 치고는 차가 너무 크게 파손돼 있던 겁니다.
A씨는 일단 보험 처리를 위해 파손 경위를 확인하려고 경찰에 신고한 뒤 블랙박스 영상도 돌려봤는데, A씨와 경찰 모두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쾅″
검은색 외투를 입은 여성이 바로 옆 옹벽에서 균형을 잃고 차 위로 떨어지는 장면이 찍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A씨/파손 차량 차주(음성변조)]
″어떤 분이 제 차에서 만세를 부르면서 미끄러지는 그런 장면이 찍혀서… 이게 뭐죠? 이게 뭐죠? 하면서 경찰분이랑 같이 보면서…″
차 앞 유리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추락한 여성은 얼른 차에서 내려와 파손 부위를 살펴보는 듯하더니 허리를 움켜쥐고 자리를 떴습니다.
이후 이 여성은 다시 왼쪽의 옹벽으로 걸어 올라가더니 뭔가 들고 내려와 주변을 서성이기도 했습니다.
[A씨/파손 차량 차주(음성변조)]
″고양이가 (돌을) 떨어뜨린 것 같다고 말을 해주신 분이 있어서 어 이건 뭘까? 어쨌거나 떨어지신 분이 많이 다치진 않으셔서 다행이다…″
일단 A씨는 자차 보험으로 차량 앞 유리를 교체하고, 찌그러진 보닛도 수리했는데, 본인부담금과 렌트비 등으로 수십만 원을 써야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경찰이 블랙박스 속 추락한 여성을 찾아내 조사했는데, 뜻밖에도 A씨에게 고양이 밥 주는 사람이라며 연락해온 여성과 동일인이었습니다.
[A씨/파손 차량 차주(음성변조)]
″너무 태연하고 당당하게 말씀을 하셔서 제가 진짜 저는 100% 믿었거든요. 정말 고양이를 위한다면 이런 일이 생겼을 때 고양이 탓으로 돌려서 면피하시려고 했다는 게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도 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아닐까…″
경찰은 일단 이 여성이 고의가 아니라 실수로 차량을 파손한 경우여서 형사 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 조사를 받은 여성은 A씨에게 ″사실대로 말하려 했지만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인간의 나약함을 보셨다 생각하고 너그러운 아량으로 용서해 달라″는 사과 문자를 보냈습니다.
[A씨/파손 차량 차주(음성변조)]
″경찰서에 가서 블랙박스를 확인하고 시인하고 그전에라도 연락을 했으면 약간 제가 진심 어린 사과라고 생각이 들었을 수 있는데…″
A씨는 현재 어떤 방식으로 자신이 입은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다소 황당한 사연이지만, 이번 일로 사람 사이의 신뢰나 책임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A씨/파손 차량 차주(음성변조)]
″너무 좀 씁쓸하죠. 사건이나 사고는 누구나 발생할 수 있지만, 그걸 좀 책임 있게 수습하고 처리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약간 인간에 대한 불신이 생길 뻔한 그런 사건이라고 생각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