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곽승규

"TV에 김홍일 나오면 지금도 악몽"‥울분 토한 '살인 누명' 피해자

입력 | 2023-12-29 13:44   수정 | 2023-12-2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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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에도 끌려가는 꿈을 꿨다. 김홍일이 텔레비전에 나오면 30년 지난 지금도 악몽을 꾼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나오니까 좀 힘들다.″

31년 전 여자친구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기소됐던 일명 ′김 순경 사건′의 당사자가 지난 28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김 씨는 당시 ″왜 내 말을 하나도 안 믿어주냐″면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담당 검사였던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이를 묵살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진범을 검거한 뒤 김홍일 검사가 저를 불렀다″면서 ″최소한 차 한 잔 주면서 사과할 줄 알았는데, ′당신 동료들이 잘못해서 사건이 이렇게 됐다′는 한마디가 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쁜 사람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1992년 11월, 순경이었던 김 씨는 서울 관악구의 여관에서 여자친구가 쓰러져 있는 모습을 목격한 뒤 최초로 신고했다 살인 누명을 쓰게 됐습니다.

김 씨를 용의자로 지목한 경찰관들이 일주일간 잠을 재우지 않고 거짓 자백을 얻어낸 것입니다.

김 씨는 담당 검사였던 김홍일 후보자에게 고문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묵살됐습니다.

뒤늦게서야 진범이 잡히고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검찰은 경찰관 3명을 형사처벌했지만, 김 씨의 호소를 무시하고 허위 자백도 걸러내지 못한 김홍일 검사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7일 청문회에서 지금이라도 사죄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홍일/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지난 27일 청문회)]
″지금이라도 저 때문에 어려움을 당했던 일에 대해서 사죄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피해자인 김 씨는 김 후보자의 사과를 받기 위해 국회를 찾았지만 여당 위원들의 반대로 증인석에 앉지 못했습니다.

김 씨는 김 후보자 측에서 ″청문회장 복도 끝에서 만나자고 했다″며 ″30년 만의 사과를 그렇게 받고 싶지 않았고 모든 국민이 알 수 있게 공개 사과를 받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김 씨는 김 후보자가 과거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다스 의혹 수사를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떠올리며 ″약자에게만 기소권을 휘둘렀고 강자한테는 넙죽 엎드렸다″고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