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신정연

[World Now] "나라가 불타는데 호화 미용실?"‥이스라엘 영부인 구출 촌극

입력 | 2023-03-03 16:09   수정 | 2023-03-0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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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밤 이스라엘 텔아비브 북부의 한 미용실 앞.

시민 수백 명이 건물 앞에 모여 ″부끄러운 줄 알라″며 구호를 외칩니다.

시위대와 경찰 사이 격렬한 몸싸움이 이뤄지는 가운데, 한 여성이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건물을 빠져나와 차량에 올라탑니다.

사건의 주인공은 바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부인 사라 네타냐후 여사.

네타냐후 부인이 호화로운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는 모습을 다른 손님이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시위대가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날은 시내에서 정부의 사법 개혁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날이었는데요.

며칠째 시위가 이어지자 정부가 섬광수류탄과 물 폭탄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을 하면서 시위대의 불만이 격앙돼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네타냐후 부인이 격렬한 반정부 시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용실에 머리를 하러 왔다는 소문이 퍼지자 문제의 미용실 앞에는 삽시간에 구름 인파가 몰려들었습니다.

시위대는 미용실 밖에서 네타냐후 부인을 향해 ″나라가 불타고 있는데 사라는 머리나 하고 있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하지만 시위대가 미용실 안으로 집입을 시도하는 등의 폭력 행위는 없었다고 AP통신은 전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총리 부인 구하라′ 경찰 수백명 투입‥구출작전 촌극 ></strong>

별다른 위험 상황이 아닌데도 이스라엘 정부의 대응은 진지했습니다.

정부는 미용실 앞 시위대의 ′포위망′을 돌파하겠다며 국경수비대 병력 수백 명을 미용실 앞으로 긴급 투입했습니다.

기마경찰까지 동원됐고, 국가안보장관은 이 ′구출 부대′에 ″부인의 생명을 수호하라″고 엄명을 내렸습니다.

몇 시간 뒤 경찰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사실상 아무런 저항이 없었는데도 왜 이번 작전에 몇 시간씩 걸렸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네타냐후 부인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미용실 앞에 대기하던 리무진에 탑승했고, 주변 시위대는 호위 행렬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습니다.

아내의 무사 귀환 후 네타냐후 총리는 시위대를 ′무정부주의자들′로 지칭하며 ″난장판을 끝내야 한다. 생명을 잃을 뻔했다″고 시위대를 비난했습니다.

당사자인 사라 네타냐후 부인도 하루 뒤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을 구출해준 경찰에 감사를 전하고 ″어제 일로 사람이 죽을 뻔했다″고 말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마리 앙투아네트 같아″ 사치로 구설에 오른 네타냐후 부인></strong>

네타냐후 부인은 각종 구설수로 이스라엘에서 이미 따가운 눈총을 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총리 부인으로서 공금을 유용하고 혈세로 운영되는 총리 사택에서 사치를 부리거나, 각국 지도자에게서 받은 선물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2019년에는 공금 10만 달러, 우리 돈 약 1억 3천만 원을 들여 총리 공관에서 유명 요리사를 불러 음식을 차리게 했다가 유죄를 인정하고 형량을 감경받는 플리바게닝에 나서야 했습니다.

당시 공관에는 기존에 고용된 요리사가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의회의 한 위원회가 네타냐후 가족의 의복과 화장 비용으로 연간 수천 달러 예산을 추가 배정하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의 한 언론인은 네타냐후 부부에 대해 ″탐욕스럽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선″이라며 ″마리 앙투아네트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이스라엘에서 최근 우파 정권이 추진하는 권위주의적 사법개혁안에 반발하는 시위가 들끓고 있는데다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유혈 충돌이 격화하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재집권 2개월여 만에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