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이재훈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과 관련해 배후라는 의심을 받는 이란 정부가 ″우리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공표했습니다.
현지시간 8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주유엔 이란 대표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팔레스타인에 변함없이 확고한 지지를 유지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대응에 관여돼 있지 않으며 이건 순전히 팔레스타인이 스스로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란은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에 자금과 무기 등을 지원해 왔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에는 직접 관여한 바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이 취한 단호한 조처는 70년간 이어진 불법적 시온주의 정권이 자행해 온 억압적 강점과 극악무도한 범죄들에 맞선 전적으로 합법적인 방어에 해당한다″며 하마스의 공격을 두둔했습니다.
하마스의 이번 공격은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관계 정상화 추진해 온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위시한 수니 아랍권의 화해로 이른바 ′중동 데탕트′가 이뤄질 경우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 강경 투쟁노선을 고수해 온 하마스는 입지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입니다.
이후 하마스를 겨냥한 전쟁을 선언한 이스라엘의 보복이 본격화하고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급증할 경우 하마스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막는다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러한 결과는 이스라엘과 수니 아랍권의 밀착이 자국 안보와 지정학적 입지를 위협한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여 온 이란의 이해에도 부합하는 까닭에 현지 일각에선 이란이 하마스의 이번 공격에 도움을 줬을 것이란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