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손하늘

"국회에 웬 구급차?"‥인요한 의원, 직접 구급차 개발에 나선 이유는

입력 | 2024-11-19 15:55   수정 | 2024-11-19 17:33
기습 한파가 몰아친 오늘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앞 잔디밭에 119 구급차 두 대가 등장했습니다. 국회 사무처 직원과 의원실 보좌진 등 1천 명이 모인 카카오톡 대화방도 술렁였습니다. ″(의원)회관 앞에 119 구급차가 왔다″, ″무슨 일이냐?″, ″한 대도 아니고 두 대인데‥″

사람들의 의문은, 세브란스병원 의사 출신의 인요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등장하면서 이내 풀렸습니다. 인요한 의원이 ′2세대 구급차′를 개발해 공개하는 자리였던 겁니다.

그런데, 의사 출신이긴 하지만, 현역 국회의원이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인 인 의원이 왜 직접 구급차를 개발한 걸까? 바로 31년 전, 1세대 한국형 구급차를 처음 제작했던 사람이 바로 인요한 의원이었습니다. 한국형 구급차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 의원이 이번에 구급차 개선에 나선 겁니다.
인 의원이 오늘 국회에서 공개한 새 구급차(2세대 한국형 구급차)는, 구급차 내부 환자실의 길이를 기존 2.5미터에서 2.865미터로 늘려, 운전석과 환자 간이침대 사이에 최소 70센티미터의 틈을 확보했습니다.

현재 119 구급대 등에서 널리 쓰이는 스타리아 등 12인승 승합차량 개조 구급차는, 환자 머리맡 공간에 여유가 없어, 차 안에서 응급환자의 기도를 확보하거나 심폐소생을 하기 어려운 형태로 운영돼왔습니다.
청년 시절의 인 의원이 처음 한국형 구급차를 고안한 데에도 사연이 있습니다. 지난 1984년 인 의원의 아버지는 교통사고를 당한 뒤 전남 순천에서 광주 병원까지 택시로 옮기던 도중 차 안에서 숨졌습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인 의원은 들것과 응급키트, 산소통 등을 조립해 조촐하게나마 한국형 구급차를 개발했고, 이 구급차는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일선 소방서에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이게 최선이었지만, 30여 년이 흘러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의 의료적·경제적 수준에는 맞지 않는 구급차가 됐다″는 게 인 의원의 설명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구급차의 수준과 질, 편의성을 높이도록 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의 처리를 당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환자의 안전과 업무 종사자의 편의가 얼마나 정교하게 고려되는지는 그 나라가 선진국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라는 겁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일본에선 이미 14~15인승 구급차가 운행 중인데 우리도 1미터 정도 공간을 두고 환자 구호조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여야가 이견이 없을 법안인 만큼 반드시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인요한 의원 역시 ″지금의 구급차는 심폐소생할 공간이 안 나오고, 그렇다고 차량이 너무 길면 달동네나 시골길에 들어가기 곤란하다″며 ″병원 도착 전 처치할 수 있으면서도 적당한 크기의 차가 보급되도록 구형 구급차를 폐차할 때 2세대 구급차로 순차 교체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남 순천 일대에서 자란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도 행사장을 찾았습니다. 별세한 인 의원 부친·모친의 선행을 회고했는데, 인 의원은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인 의원이 추진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박지원·염태영·이병진, 조국혁신당 김재원 등 야당 의원들도 동참했으며, 지난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