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PD수첩팀

[PD수첩] 대통령과 과학입국? 2024 R&D 예산 삭감 파동

입력 | 2024-01-03 09:19   수정 | 2024-01-03 09:19
2일 밤 PD수첩의 <대통령과 과학입국 - 2024 R&D 예산 삭감 파동>에서는 2024년 R&D 예산 삭감 과정을 집중 조명했다. 지난 8월, 정부는 2023년 예산 대비 5조 2천억 원, 무려 16.6%가 삭감된 R&D 예산안을 제출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줄지 않았던 예고 없는 삭감에 과학계에서 큰 반발이 있었다. 2024년 R&D 예산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에서는 어떤 논의가 있었던 것일까?
R&D 예산은 보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약 8개월 동안 전문가들의 자문과 심의를 거쳐 그 전해 6월 30일까지 예산안을 만들게 되어 있다. 이 절차에 따라 2024년 R&D예산은 2% 인상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6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 R&D 예산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법정기한을 어기면서까지 두 달간의 재조정이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2023년보다 5조 2천억 원(16.6%) 삭감된 2024년 R&D예산 수정안이 발표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왜 이런 지시를 내렸던 것일까?
지난 7월, 대통령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권 카르텔을 타파하기 위해 과학계의 R&D를 나눠먹기를 걷어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성경 1차관은 R&D 카르텔이란, R&D 기획 예산 평가에 개입해 이권을 챙기는 행위로 규정하며, 일부 과학자의 일탈 사례와 부정적인 관행 8가지를 소개했다. 이에 대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신명호 박사는 “제가 보기에는 그건 카르텔이 아니고 범법행위예요 그런 8가지 경우가 있다면 바로 형사고발을 해서 처벌을 해야 될 일이지 이게 카르텔이다라고 이야기할 문제가 아닌 거죠”라고 말하며 삭감된 R&D예산 5조 2천억 원이 대통령이 발언한 이권카르텔 때문인지 의문을 제시했다.
R&D 예산 삭감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도 그중 하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2024년 R&D 예산은 968억 원(8월 예산 수정안 기준)으로, 2023년 대비 131억 원(12%)이 삭감되었다. 이로 인해 해당 기관이 연구하던 홀로그램핵심기술개발은 94%가 삭감되어 폐지 위기에 처했으며, 인공지능반도체응용기술개발도 75%가 삭감되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동국 노조위원장은 ″AI반도체는 현재 외국의 유수 기업들이 상당한 자금을 투자해 개발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에서는 출연연(정부출연연구기관)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기관에서의 예산 삭감으로 그런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다″라고 말하며 예산 삭감이 가져온 피해를 예고했다. 중국 등 경쟁국들의 기술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이러한 피해는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까?
전체 R&D 예산이 줄어든 상황에서 특이한 점은 글로벌 R&D 예산은 2023년 대비 대략 3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국제공동연구를 통하여 선진국과 협력을 기대하기 위함이라는데, 구체적인 협력 대상이나 방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2024년 R&D 예산은 국회의 조정과정에서 정부 제안보다 6천억 원 높게 증액되어, 최종적으로는 2023년 대비 4조6천억 원이 감소한 채 국회를 통과했다. 과기부는 서면 답변을 통해 이 중 6천억 원을 활용하여 젊은 연구자를 지원하고, 기초연구사업 분야의 예산을 전년 대비 1.7% 증가시켰다고 밝혔다. 오경수 기초연구연합회 총무이사는 ″예산을 밑에서 빼서 위로 올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밑에서 문제가 발생한 상태. 과제의 기간이 3년 또는 5년이기 때문에 지난해에 선정된 연구자들은 여전히 연구를 진행 중이며, 그중에는 신진 연구자도 많다″라고 말하며 전체 R&D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되면서 입은 타격을 만회하기에는 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수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과학과 산업기술로 경제발전을 이룬 대한민국, 과연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의 대규모 축소는 향후 어떤 미래를 가져오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