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엔 초등학생 성폭행범 조두순이 야간외출 금지 명령을 어기고 40분간 무단 외출을 했다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은 없었지만, 실수가 아니라 고의였던 점, 조두순이 12년을 복역했던 중대 범죄자인 점 등을 고려해 전자장치부착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제2, 제3의 조두순′을 막겠다며 새로운 대책으로 내놨던 게 바로 ′한국형 제시카법′이었습니다.
[관련기사]
<a href=″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36738_36199.html″ target=″_blank″><b>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36738_36199.html</b></a>
아동 성폭행범 또는 3번 이상 성폭력을 반복해 10년 이상 징역형을 받고 전자발찌를 찬 사람들이 적용 대상이고요. 교도소 출소 후 바로 지역사회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법원이 지정하는 거주지에서 지내라고 명령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우려와 논란도 있었지만, 새해가 되자마자, 지난 2일, 이 ′한국형 제시카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현재 교도소에 있는 범죄자뿐 아니라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 성범죄자면 대상이 되기 때문에 법이 국회에서 최종 통과되면, 이미 4년 전 출소해 자신의 집에서 살고 있는 조두순에게도 소급 적용이 가능합니다.
법무부는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한 관리를 더욱 강화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며, ″비정상적 성충동에 의한 성범죄로부터 국민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기 위하여″ 법안을 신속히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 1월 2일 보도자료).
그럼, 이제 이 ′한국형 제시카법′만 시행되면 일상의 안전은 더욱 두텁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위험한 성범죄자들을 빈틈없이 관리할 수 있게 될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MBC가 2000년대부터 최근까지,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강력 성범죄 관련 판결문 90여 건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조두순 못지않게 흉악한 성범죄자들이 또 있었습니다.
[전성규/한국심리과학센터 이사]
″전자장치 부착이 누락됐거나, 아니면 상당히 고위험군인데 아무런 감독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요. 출소를 해도 신상공개 명령을 받지 않아서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 전혀 행적을 알 길이 없는 사람들도 있고요.″
몇 명만 살펴볼까요.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b> 아동 연쇄 성범죄자 A </b>
길가에서 아이들에게 ″자동차 의자 밑에 물건이 끼어 있는데 좀 도와줄래?″라고 접근하는 수법으로 차에 타게 한 뒤 갑자기 ″말 안 들으면 죽인다″며 흉기로 위협해 아이들을 연쇄 성폭행, 성추행했습니다.
2년간 피해자는 5명. 모두 10살짜리 여자아이였고, 이전에도 성범죄 전과가 2차례나 있었습니다.
놀이터에서 술래잡기하고 있는 11살짜리 여자아이에게 ″친구들이 저기 숨어있다″고 속여 빈집으로 유인해 성폭행 시도하는 등 1년간 무려 19차례의 성폭행·성추행과 6차례의 강도, 10차례의 절도 행각을 벌였습니다.
피해자 중 미성년자만 7명인데, 그 중 2명이 초등학생이었습니다.
2006년 당시 20년형.
당시 검찰이 ″사회와 영구 격리가 필요하다″며, ″무기징역을 내려달라″고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는 ″흉기인 칼로 협박하기는 했지만 피해자들의 신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는 않았고, 범행 이후 피고인이 성당을 다니면서 참회의 시간을 보내면서 회개하였고, 계속 반성문을 작성해 제출하였으며, 법원에 와서도 반성의 빛이 역력하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2026년 출소(예정). </blockquote>
차마 글로 옮길 수 없는 끔찍한 범행 내용들은 생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교도소에서 출소해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이웃으로 살고 있을 A, B, C.
모두 전자발찌를 차고 있지 않습니다.
법원 판결 당시 전자발찌 착용 명령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형 제시카법′이 시행돼도 이들에겐 적용조차 되지 않습니다.
법 적용 대상이 ′전자발찌를 착용한 사람′에 한정되니까요.
그럼, 지금 어디 살고 있는지는 알 수 있을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B만 신상공개 7년 명령을 받았을 뿐, A와 C는 신상공개 대상이 아닙니다.
아직 교도소에 있는 D 역시 전자발찌, 신상공개 명령을 전혀 받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전자발찌나 신상공개 처분이 빠져 있는 것, 주로 2010년대 이전의 판결문에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전자발찌나 신상공개 명령 제도를 도입한 지 얼마 안 된 시기여서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했던 측면도 있을 것이고,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던 것도 이유의 하나일 겁니다.
조두순처럼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지 않았다면, 이들의 이름이나 신상을 개인이 따로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도 알 길이 없습니다.
혹여나 누군지 그 신상을 알게 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이 정보를 공유하는 게 현행법상 불법입니다. 언론 보도 역시 불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