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이준희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미국이 협상에 의문을 제기한 이스라엘 극우파 장관을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AFP·DPA 통신은 현지시간 9일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이, 휴전협상을 ′중재국의 함정′이라고 주장한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장관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커비 보좌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는 거래를 지지할 것이라는 생각은 사실과 다른 잘못된 것이며, 터무니없고 황당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스모트리히 장관의 발언에 대해 ″본질적으로 잘못된 것일 뿐만 아니라 인질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이스라엘 국가 안보에 역행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고 비판했습니다.
커비 보좌관은 또 스모트리히 장관의 발언이 ″이란 및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세력의 잠재적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을 직접 방어하고자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을 중동으로 보낸 시점에 나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전날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 등 3개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가자지구 휴전·인질석방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오는 15일 회담을 재개하라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촉구했습니다.
이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국 협상단을 보내겠다고 밝혔는데 연정 내 극우 인사인 스모트리히 장관이 이를 두고 중재국들이 파 놓은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엑스(X)에 ″지금은 중재자들이 해법을 지시하고 우리에게 굴욕적인 합의를 강요하고 있는 위험한 함정에 빠질 때가 아니다.
그러한 합의는 우리가 흘린 피를 헛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백악관이 스모트리히 장관의 발언을 강한 표현으로 비난한 것은 미국 입장에서 그만큼 가자 휴전협상 타결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외교적 걸림돌이자 민주당 지지층 이탈의 원인으로 지목된 ′가자 전쟁′을 해결하고자 3단계 휴전안을 제시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쪽에 수용을 압박했습니다.
재선 도전을 포기한 뒤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집중할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가자지구 전쟁 종식과 인질 귀환을 꼽았습니다.
최근 이란 수도에서 발생한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암살로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면전 위기까지 고조된 와중에도 미국은 긴장 완화와 휴전합의 도출, 인질 귀환을 위한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