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구승은

안방에서 사라진 금괴 51개와 가출한 아내‥결말은?

입력 | 2026-05-17 07:47   수정 | 2026-05-17 07:47
<B>■ 안방에서 증발한 금괴 51개</B>

지난해 3월, 부산의 한 가정집 안방에서 금괴 51개가 사라졌습니다. 8억 8천여만 원 상당의 100그램짜리 골드바 41개와 1억 6천여만 원 상당의 75그램짜리 골드바 10개.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5억 7천여만원에 달하는 1kg 은괴 134개와 현금 5천만 원 까지. 전체 무게는 140kg에 육박하고 값어치는 16억 7천만 원에 달하는 금품이 증발한 겁니다.
<B>■ 남편이 지목한 용의자는 부인</B>

그러자 남편은 ″부인이 가출을 했는데 금괴와 돈을 챙겨서 나간 것 같다″고 부인을 고소했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50대 부인이 이삿짐센터까지 불러 골드바와 실버바를 여러 개의 캐리어에 담아 집을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당시 막 이혼소송을 시작했던 단계로, 썩 사이가 좋은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B>■ ′친족상도례′ 헌법 불합치… 부인 처벌 가능했지만</B>

원래 친족 사이의 금품 절도는 처벌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친족간 재산범죄는 형을 면제하는 이른바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기존 형법 328조 1항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헌법재판소가 이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가족 간 재산 범죄 처벌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런데 용의자가 부인인 게 확실해졌지만, 어찌 된 일인지 수사는 지지부진했습니다. 부인의 행방이 묘연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경찰은 당시 부인으로부터 자신이 머무는 집 안 금고에 금괴와 은괴를 보관하고 있다는 진술까지 확보했지만 압수수색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고 해당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지난해 6월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어쨌든 법적으로 두 사람은 부부 상태였고, 친족상도례 대체입법이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적극적으로 강제수사를 하기도, 그렇다고 사건을 방치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던 겁니다.
<B>■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의 고민</B>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검찰은 일단 부인을 기소중지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피해자인 가족의 고소가 있는 경우에는 기소할 수 있도록 친족간 재산 범죄를 ′친고죄′로 바꾸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검찰은 재기 수사에 나섰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2부 유재덕 검사는 부인이 꼭 이 금괴를 훔쳐서 독차지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걸 파악했습니다. 오랜 결혼생활동안 전업주부로 지내와 별도의 소득이 없던 부인은 ″재산 분할 절차 전, 남편이 재산을 빼돌릴 것을 우려해 금괴와 은괴를 가져와 보관하고 있는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법적 절차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이죠.

검찰이 보기에도 이혼 소송 과정에서 공동재산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금품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액수가 너무 크기에 절도 혐의로 기소되면 부인이 실형을 피하기도 매우 힘들 것으로 보였다고 합니다.

<B>■ 해프닝으로 마무리된 10억대 금은괴 증발 사건</B>

그래서 유 검사는 여러 차례 부인을 불러 부동산과 유체 동산 등에 대한 가압류같은, 이혼 소송 중에 재산을 묶어둘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있다고 설득했습니다. 결국, 보완수사 넉 달 만에 부인은 빼돌린 금품 전부를 검찰에 제출했고, 절도 발생 약 1년 만에 이 귀금속들은 남편에게 돌아갔습니다.

검찰은 남편 설득에도 나섰습니다. 불기소 처분을 하려면 처벌을 하지 말아 달라는 피해자의 의사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에 부인이 처했던 입장을 설명하고 처벌불원서를 내도록 요청했습니다. 결국 남편은 처벌불원서를 제출했고, 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습니다.

다행히 금괴도 사라지지 않고, 불필요한 처벌도 막으면서 10억대 금은괴 증발 사건은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