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앵커: 정길용,김은주
[보람에 산다]일신 방직공장의 배미영 양[송재우]
입력 | 1992-07-26 수정 | 199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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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에 산다][일신 방직공장의 배미영 양]
● 앵커: 어렵고 위험하고 지저분한 일을 하지 않으려는 이른바 3D 기피현상이 확산되는 사회풍토 속에서도 자신이 맡은 일을 성실히 다하는 사람들을 찾아 소개하는 보람에 산다 그 세 번째 순서입니다.
오늘은 15살의 나이로 방직공장에 입사해서 6년 째 성실히 일해오고 있는 여사원을 송재우 기자가 만나보았습니다.
● 기자: 여사원 배미영 양이 이곳 방직공장에 들어온 것은 중학교를 갓 졸업하던 해인 지난 87년 봄.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 대신 이곳 문을 들어선지 언 5년여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몸도 마음도 가녀린 15살 막내에서 이젠 공장입구의 버드나무만큼이나 키도 마음도 자라 13명 동료들의 조장언니가 되었습니다.
여사원 배미영 양의 업무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이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실이 끊어지지 않고 잘 뽑혀 나오도록 지켜보는 이른바 틀보기 업무입니다.
하루 3교대 8시간 근무로 실이 끊어지면 이어주고 제 때 제 때 중간 원료를 공급해 주는 얼핏 보기에는 단순한 작업이지만 배 양은 더 좋은 제품, 더 많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일념으로 그간의 세월을 고스란히 바쳐왔습니다.
생산이 완료된 제품들입니다.
2kg정도 무게의 이러한 타래 한 개에 감긴 실의 길이는 약 100km.
이정도 분량이면 메리야스 12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배 양은 지금까지 이러한 실타래 3만여 개를 만들었고 이는 우리 국민 100명당 1사람이 메리야스 1개 만들어 입을 수 있는 양입니다.
배 양이 근무하는 동안 이 공장은 최우수 기업과 신용평가 1위 기업으로 꼽힌 바 있습니다.
배 양은 특히 일하는 속에서도 공장안에 세워진 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지난 봄 빛나는 졸업장을 탔을 땐 처음으로 실컷 울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틈틈이 익힌 꽃꽂이는 남들처럼 어리광 한번 부려보지 못한 채 사춘기를 보낸 탓인지 더 의젓하고 성숙한 기품이 담겨 솜씨가 보통을 넘습니다.
또한 배 양은 이 공장에서 자신과 함께 일하며 배우는 길에 들어선 두 동생과 그 동안 꼬박꼬박 모은 돈 3000만원을 아버지에게 전해 지난겨울 집을 마련하는데 보탰습니다.
● 배미영 양((주)일신방직 광주공장): 병은 마음에서 오듯이 일이 힘들고 견디기 힘들다고 여기면 그럴 수밖에 없는데 매 순간 일이 바로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면 작은 일일 망정 얻는 보람과 열매는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해요.
● 기자: 남들이 여공이라 없이 부를수록 더 떳떳한 마음으로 끊어진 실을 잇고 또 이어온 여사원 배미영 양.
이다음 아름다운 화원을 만들겠다는 꿈을 야무지게 배고 오늘도 잠이 들었습니다.
(송재우 기자)